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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건너뛰고 삼성·SK와 HBM 직거래한 오픈AI,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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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건너뛰고 삼성·SK와 HBM 직거래한 오픈AI,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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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빅딜' 둘러싼 궁금증]
엔비디아 GPU 의존도 낮추려
자체 AI 반도체 개발 포석 분석
삼성·SK, 공급 계약은 확실시
다만 실제 공급은 29년 이후
"오픈AI 재무구조 우려 여전"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훈식 비서실장. 대통령실 제공


삼성·SK가 오픈AI가 추진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에 진입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픈AI가 필요하다고 밝힌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월 최대 90만 장에 달하기 때문. 전 세계 생산 능력의 두 배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100조 원 넘는 시장이 열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좋은 소식은 분명하다"면서도 세부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픈AI가 양사와 체결한 투자의향서(LOI)가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공급은 2029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 'AI 삼각동맹' 관련 궁금증을 정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CEO, 이 대통령.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CEO, 이 대통령. 왕태석 선임기자


①계약까지 이어질까?

오픈AI와의 협력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LOI이지만 전문가들은 본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현재 오픈AI는 미국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2029년까지 미 곳곳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AIDC) 20개를 지을 계획이다. AIDC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뿐만 아니라 저전력 D램(LPDDR), 서버용 SSD 등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오픈AI가 월 최대 90만 장의 고성능 D램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배경이다.

이렇게 막대한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력과 공급망을 가진 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 D램 웨이퍼 생산량은 연간 769만 장으로 세계 1위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을 최초 개발한 이후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오픈AI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메모리 3사 중 마이크론은 생산 능력이 크지 않다"며 "삼성·SK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제공


②실제 공급은 언제?

오픈AI는 메모리 반도체 발주 시점을 2029년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 AI발(發) 매출이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LOI 의미는 '2029년에 월 90만 장을 주문할 테니 그 전까지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양산 체계를 구축해 놓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오픈AI 수요에 맞춰 생산 체계를 개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③오픈AI가 직접 나선 이유는?

AI 모델의 학습과 운용에 필수인 AI 가속기는 보통 엔비디아가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서 SK하이닉스가 만든 HBM과 함께 조립돼 AI 가속기로 완성되고 이는 오픈AI나 메타 같은 빅테크에 공급된다. 그런데 이번에 오픈AI는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삼성·SK와 메모리 직거래를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오픈AI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일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방한 직전인 9월 30일 대만 폭스콘과 TSMC를 찾아 AI 반도체 개발 등을 논의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오픈AI 입장에서 칩 설계·제조는 선택지가 있지만 HBM은 불가능하니 한국을 찾은 것"이라며 "당장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칩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오픈AI가 사업 성공을 위해 HBM 확보에 나선 것일 뿐 AI 반도체 개발과 무관하단 분석도 있다.

빅테크의 '탈(脫)엔비디아' 행보는 삼성·SK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처럼 고성능 HBM을 확보하려는 빅테크 간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AI 분야에 천문학적 투자를 이어가는 오픈AI가 그만한 자금이 있는지 걱정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2024년에만 50억 달러(약 7조 원) 적자를 본 오픈AI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1,150억 달러(약 162조 원)를 쓸 예정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