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SCI 편입 속도전
내년부터…韓 증시투자 유도
역외시장 활성화로 유동성 확보
위기땐 자본유출 빨라질수도
내년부터…韓 증시투자 유도
역외시장 활성화로 유동성 확보
위기땐 자본유출 빨라질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장벨을 울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정부가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외국인의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여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려는 정지작업이다.
26일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고 외국인 간 원화 거래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개장 시간을 늘린 것이긴 하지만 시차로 인해 여전히 미국계 투자자들의 외환 거래가 부분적으로 제약되고 있는 상황이다. 24시간 개방 체제로 전환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의 외환 거래도 자유로워진다. 현재 역외에선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중개회사 2곳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한데, 앞으로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원화를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외화 유출입과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유지해온 외환시장 규제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없애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참고하는 핵심 지표인 ‘MSCI 선진국지수’에 한국 증시가 포함되기 위해선 외환시장 개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SCI [로이터 = 연합뉴스] |
만약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300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은 약 1018조원인데 추가로 자금이 유입되면 증시 밸류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국가 투자설명회에서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며 “전 세계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걱정하지 않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MSCI의 헨리 퍼낸데즈 회장과 별도로 면담을 했다. 정부는 2028년 6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개방은 증시 밸류업 외에 외환 유동성 확보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약속한 35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달러 규모에 그친다. 외환시장 개방을 통해 역외 시장이 활성화되면 외국 자금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나가며 달러를 공급하는 통로가 만들어진다. 물론 위기가 발생하면 그만큼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다만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더라도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 차장은 “지난해 7월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이후 별다른 부작용은 관측되지 않았다”며 “개방시간을 확대한다고 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개방해도) 시장을 흔들 정도의 투기 수요가 유입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투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환투기 등의 부작용은 모니터링 강화로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의 24시간 개방이 외환시장의 변동성 줄이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긴 연휴가 있을 때 우리 외환시장은 개장하는 순간 여러 가지 상황이 일시에 반영되면서 변동폭이 커지지만 24시간 시장이 열리면 정보가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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