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전진우(왼쪽)가 17일 수원FC전에서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프로축구 K리그1이 시즌 막바지로 향하면서 득점왕 경쟁도 치열하다. 2~3명이 경쟁하던 예년과 달리, 올 시즌은 5명의 골잡이가 경쟁 중이다.
팀당 30라운드(총 38라운드)를 치른 22일 현재 득점 1위는 전진우(26·전북 현대)다. 14골을 터뜨린 그는 시즌 중반부터 줄곧 선두다. 전진우가 돋보이는 건 포지션이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니기 때문이다. 측면 공격수가 그의 자리다. K리그에서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건 2014년(산토스) 한 번이다. 다만 전진우는 뒷심이 살아나야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다. 18라운드까지 12골을 몰아친 뒤 이후 12경기에선 2골에 그쳤다. 현영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은 “최근 세 시즌 득점왕은 15~17골 정도면 가능했다. 득점왕에 근접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전진우는 포지션 특성상 득점에만 주력하기 어렵다. 슈팅보단 패스를 통해 스트라이커에게 찬스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싸박(28·수원FC), 이호재(25·포항 스틸러스), 주민규(35·대전하나시티즌)는 전진우가 주춤한 사이 1골 차까지 따라붙은 2위 그룹이다. 한국이 처음인 콜롬비아 출신 스트라이커 싸박은 18라운드까지 5골에 그쳤다. 적응기를 끝내자 ‘킬러 본능’을 뽐냈다. 최근 12경기에서 8골을 몰아쳤다. 다만 소속팀 수원FC(10위)가 강등권이라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현 위원장은 “강등권 팀은 지지 않기 위해 수비 위주 전술을 펼친다”며 “공격수가 많은 골 찬스를 기대할 순 없다. 매 경기 ‘원샷원킬’ 해야 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이호재는 2000년생인데도 기복이 없어 득점왕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2~3경기마다 꾸준히 골을 넣었다. 선수 시절 별명이 ‘캐넌 슈터’였던 아버지(이기형)처럼 대포알 같은 슈팅이 강점이다. 지난 7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후로는 자신감마저 붙어 더욱 위협적이다. 베테랑 주민규는 지난 20일 대구FC전 멀티골로 부진에서 탈출했다. 개막 후 15경기 10골의 주민규는 이후 11경기 1골의 슬럼프에 빠졌다.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 지적이 나올 때쯤 보란 듯 살아났다. 현 위원장은 “이호재는 힘과 스피드, 주민규는 기술과 경험이란 뚜렷한 무기가 있다”며 “둘 다 공격적으로 해야 할 상위 팀 소속이라 찬스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12골의 이탈리아 골잡이 안드레아 콤파뇨(29·전북)는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현 위원장은 “전북이 조기에 리그 우승을 확정한다면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몰아치기가 가능하다”며 콤파뇨를 다크호스로 꼽았다.
또 하나. 올 시즌 득점왕 경쟁은 내년 북중미월드컵과 맞물려 관심을 끌기도 한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현재 손흥민(33·LAFC)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질 공격수를 물색 중이다. 국내 선수가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할 경우 월드컵 본선행이 떼놓은 당상일까. 정종봉 해설위원은 “과거 정조국(2016년 20골), 양동현(2017년 19골), 주민규(2021년 22골)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K리그 득점왕이 대표팀 승선 보증수표는 아니다. 자신이 해외파보다 전술적으로 가치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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