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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인니보다 약한 韓 외환시장… '트럼프 관세'에 원화 더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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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인니보다 약한 韓 외환시장… '트럼프 관세'에 원화 더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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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른 신흥국보다 대외 충격에 민감
한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으로 대응해야"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선진국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보다도 대외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외환시장 심도를 고려한 정책대응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리스크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 유위험금리평형(UIP) 프리미엄 반응계수는 2.11%포인트로 집계됐다.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 평균(0.41%포인트)을 크게 웃돌고 신흥국 평균(1.68%포인트)보다도 높다. UIP 프리미엄은 국내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글로벌 투자자에게 내야 하는 추가 금리다. 추가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는 건 우리 금융 시장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비교적 낮다는 의미다.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글로벌 리스크 충격으로 국제 금융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금융·외환시장 심도도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도가 얕으면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리스크 충격이 발생할 때 환율과 시장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외환시장 심도가 1%포인트 얕아지면 환율 변동성은 0.22%포인트 확대되고, 금리 스프레드(국채 금리와 기준금리 간 차이)는 11.73bp(1bp=0.01%포인트) 늘어난다. 소비 위축으로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해 실물경제도 더 크게 위축된다. 한은은 한국처럼 대외 개방도가 높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의 경우 대외 충격 파급력이 증폭된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심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26년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통해 국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하면, 시장 심도를 높일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도 대안이다. 실제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달러·원 현물환 중개수수료 한시 인하 등 구조개선 이후 올해 6월까지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김 과장은 "외환시장 개입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환율과 금리 스프레드를 낮출 수 있다"며 "이는 GDP와 인플레이션 변동성을 줄여 후생 손실을 18.3%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