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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쓰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국채 발행땐 환율 폭등, 외국인 이탈

조선일보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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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쓰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 국채 발행땐 환율 폭등, 외국인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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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3500억달러 현금 투자 가능한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 및 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국 트럼프 정부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트럼프의 사과와 대미 투자 중단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굴욕적 대미투자 강요 및 한국 노동자 폭력적 인권유린 미국 트럼프 정부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트럼프의 사과와 대미 투자 중단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약 480조원)는 우리나라 올해 예산(673조원)의 70%, 외환 보유액(7월, 4113억달러)의 8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정부는 7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하며 “3500억달러 대부분이 보증과 대출 성격이고, 현금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투자금 거의 전액을 “현금으로 출자해달라”고 요구한다고 알려지면서, 이 같은 현금을 정부가 마련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이런 투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가 당장 손댈 수 있는 곳은 외환 보유액이라는 말이 나온다. 올해 7월 말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4113억달러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는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외환 보유액은 23%로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77%)을 비롯해 스위스(124%), 홍콩(116%) 등과 비교해 한참 낮다. 수년에 걸쳐 외환 보유액에서 빼서 쓴다 해도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해 정부의 이자 부담이 폭증하게 된다. 국책은행들이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으나, 현재 이런 채권은 연간 100억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

정부가 국회 동의를 얻어 ‘특별회계’를 예산으로 편성할 수도 있지만, 한 해 예산의 70%가 넘는 금액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16일 김민석 총리는 대정부 질의에서 이와 관련,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헌법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국회 동의를 요청하고 구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화 표시 국채를 대거 발행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서 마련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원화 환율이 치솟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원화를 달러와 맞바꾸는 통화 스와프를 제안했으나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3500억달러를 출자하라는 말은 사실상 제2의 외환 위기를 받아들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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