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랠리를 이끈 것은 케데헌 협업으로 보인다. 작품 속에서 신라면과 새우깡이 노출되며 글로벌 소비층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농심은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신라면 1000세트를 자사몰에서 판매했는데, 1분 40초 만에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이를 두고 "내년에는 글로벌 걸그룹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기용해 K컬처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농심이 글로벌 대형 걸그룹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효과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농심의 구조적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판가 인상 효과가 반영되고,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 툼바 입점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북미 법인의 실적 회복과 유럽 거래선 재정비 이후 매출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익성도 빠르게 회복 중이며, 판가 인상 외에도 비용 효율화가 뒷받침되면서 올해 영업마진이 전년 대비 1.4%p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종업계와 비교하면 농심의 평가 여력은 더 크다. 농심의 외국인 지분율은 16.7%로, 글로벌 유통망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업계 평균과 비교해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수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농심의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의 주가도 관심사로 확장된다. 농심홀딩스는 외국인 지분율이 2.8%에 불과하지만, 최근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주사 할인 해소 기대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농심홀딩스의 저평가 해소 가능성은 증권가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홀딩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핵심 계열사인 농심과 율촌화학이 농심홀딩스의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지 않은 가운데 핵심 자회사 실적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배당을 통해서만 유입돼 농심홀딩스에 지주사 할인이 크게 반영돼 왔다"고 했다.
이어 "연결로 편입되지 않은 농심과 율촌화학 지분 가치에 50% 할인율을 적용하더라도 지난 12일 종가 기준 농심홀딩스의 순자산가치(NAV)는 9017억원인데, 농심홀딩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배에 불과하다"며 "별도 기준 순현금 상태, 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 상승 등에 순자산가액의 상승이 지속된 반면 농심홀딩스 주가는 무관심 속에 본 체력 대비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심의 연결 편입이 가능해진다면 농심홀딩스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고 배당에 의존하는 단순 지주사에서 식품 본업을 직접 반영하는 지주사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결 편입이 이뤄질 경우 단순 지주사에서 벗어나 식품 본업을 직접 반영하는 지주사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주사 할인 해소와 해외 성장 모멘텀은 동반될 경우 주가에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주가 흐름만 놓고 봐도 단기간 급등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20일 35만85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3주 만에 57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60% 넘게 상승했다. 이후 50만~52만원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단기 차트상 과열 신호가 보이지만, 거래량이 이전보다 크게 늘었고 50만원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드라마 PPL이나 한류 스타 마케팅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린 사례는 많았지만, 이번 협업은 게임·애니메이션·굿즈 소비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이 특징이다. 농심이 K컬처 생태계 참여 기업으로 인식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자극한 것이다.
특히 케데헌 협업 발표 이후 거래량이 급증하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흐름은 투자심리 회복을 방증한다. 단기적으로는 50만원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중기적으로는 북미·유럽 매출 개선이 이어져야 추가 상승 동력이 확보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K컬처 협업으로 단기 모멘텀을 얻은 것은 분명하지만, 해외 매출 확대가 동반되지 않으면 50만원대 방어도 쉽지 않다"며 "반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 개선이 확인된다면 장기적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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