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순직 경사 ‘영웅’ 만들어야 하니 함구하라 했다”···해경 동료들 폭로

경향신문
원문보기

“순직 경사 ‘영웅’ 만들어야 하니 함구하라 했다”···해경 동료들 폭로

속보
비트코인 다시 9만달러 붕괴
“윗선서 진실 은폐 시도” 주장
인천해양경찰서장 “사실 무근”
15일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5일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 이재석 경사 팀원들인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갯벌에 고립된 70대 노인을 구조하다가 숨진 해양 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34)에 함께 파출소에서 당직을 섰던 동료들이 인천 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에서 이 경사와 함께 사고 당시 당직을 섰던 동료 4명은 15일 인천 동구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출소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출소장이 처음 함구를 지시한 게 실종된 이 경사가 구조된 뒤 응급실로 이송 중이던 때”라며 “파출소장이 영흥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팀원과 수색으로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 서장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추후 조사 과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려고 마음먹었으나 어제 유족들과 면담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고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도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사와 당직을 함께 섰던 한 팀원은 “이 경사 지인을 만나자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어떤 사이냐’고 물은 뒤 ‘유족들한테 어떠한 얘기도 하지 말아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영흥파출소에는 이 경사를 포함해 모두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4명은 휴게시간, 1명은 당직 근무, 이 경사는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러 혼자 출동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동료들은 사고 당시 휴게시간이었던 동료들이다. 이들은 당시 팀장으로부터 오전 3시까지 휴게시간을 부여받고 쉬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팀원들은 담당 팀장이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아 구조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팀장은 휴게시간을 마치고 컨테이너로 복귀했는데도 이 경사의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며 “몇 분 뒤 드론업체로부터 신고를 받고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양경찰청은 “그동안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 무전녹취록, 드론 영상 등 사고 관련 현시점에서 가능한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했다”며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내부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서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인천해경서장도 입장문을 통해 “진실 은폐는 전혀 없었으며, 진실 규명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진상조사단 등에서 철저히 조사하는 것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


이 경사는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를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지만,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쯤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후 6시간 뒤인 오전 9시 41분쯤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이 경사의 장례식은 중부지방해경청장 장(葬)으로,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이날 엄수됐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