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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외는 있어"…경영권도 지킨다?

머니투데이 김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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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외는 있어"…경영권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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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자사주가 사라진다(上)

[편집자주] 여당이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경영권 보호에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자사주 매입이 줄면서 유통주식 증가로 주가가 오히려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자사주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본다.



[단독] 與, 자사주 보유 금지하되 '우리사주조합 출연분'은 예외적 허용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그래픽=이지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그래픽=이지혜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기 위한 목적 등의 자사주 보유는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여당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고위 관계자는 1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 등에 대한 출연하기 위한 자사주 보유는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던 관행은 차단하되 악성 투기성 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종업원들의 힘을 빌리는 것까진 인정하겠단 의미다.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을 위한 자사주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은 민주당 원내민생부대표직을 맡고 있는 김남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3차 상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 법안은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하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경우 △우리사주조합 출연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을 위한 보유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 등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가로막아 주가 저평가를 초래했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그동안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받게 될 경우 백기사(우호주주)에 자사주를 넘겨 우호지분으로 활용해온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우려를 보여왔다. 또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보유한 자사주가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민주당의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을 위한 자사주 보유를 허용키로 한 것은 경영권 불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우리사주조합을 백기사로 활용, 악성 투기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복리후생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아울러 회사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백기사에게 보유 자사주를 시세보다 싼 값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게 되는 사태도 막을 수 있다.

한편 여당은 재계 달래기 차원에서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와 형법상 배임죄에 대한 경영판단 면책 원칙 명문화를 위한 입법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기업을 옥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옥죄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고 악덕한 일부 지배 주주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배주주 지분은 많아야 30~40%인데 (그들의 영향력은) 압도적으로 세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게 상법을 개정해 경영 풍토를 정상화해야 한다.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물적분할(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의 기업 분할)과 같은 장난질을 못 하게 해야 주가가 정상화된다"며 "더 센 상법이라는 것이 나쁜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나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고 기업 경영이 기업 자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게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韓 자사주=대주주 비상금" 해외 큰손들 눈총…소각 의무화 추진 이유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9.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9.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원래 주주환원 수단인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한국적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꾸준히 지적해 온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걷어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사실 대표적 주주환원 정책이다. 발행주식을 회사가 사들여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든다. 자연스레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이 상승하며 각 주주의 지분가치가 올라간다. 주가가 갑자기 과도하게 떨어질 때도 이런 방식으로 방어가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자사주 활용법이 좀 다르다. 장부에 쌓아두고 있다가 필요할 때 백기사(우호세력)에 판다. 원래 없던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2003년 소버린의 공격을 받은 SK가 자사주 약 4.5%를 백기사인 채권은행에 매각하며 막아낸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도 자사주가 합병을 찬성하는 주주에게 매각되며 합병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관행은 한국에선 일반적이지만 해외서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한국에서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 보다는 대주주 비상금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따라붙는다.

외국 기관 투자자들은 이런 자사주 활용 관행이 '모든 주주가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주평등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한다.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자사주가 넘어갈지를 최대주주를 제외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공개된 기업 지분구조를 믿지 못하게 된다. 또 언제 시장에 자사주 물량이 풀릴지 모른다.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물 위험) 리스크'가 상존한다.

이런 우려를 종합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경우 1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스톡옵션 행사나 우리사주조합 및 복지기금 출연,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권리행사는 주총 승인을 거쳐 가능하도록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역시 1년 내 소각이 원칙이다. 자사주 총수가 발행주식의 3% 미만이면 2년까지 유예할 수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안은 취득 후 6개월 내 소각으로 더 강한 규정을 적용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 안은 유예 없이 즉시 소각으로 가장 엄격하다. 당초 3년 내 소각 유예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을 냈다가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안을 강화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경제단체 상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근 원내민생부대표,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진 정책위의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오기형 의원. 2025.06.30.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경제단체 상법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남근 원내민생부대표,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표,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진 정책위의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오기형 의원. 2025.06.30.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야권과 재계는 우려한다. 경영권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주가하락 방어와 함께 잉여 현금 활용 수단이었다. 소각해야 한다면 처분해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이 사라진다. 자사주 담보 자금조달도 막힌다. 여력이 적은 중견·중소기업엔 타격이다.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이 굳이 자사주를 사들일 이유가 없어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모기업이 안 사들이니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가엔 좋을 게 없다. 소액주주 권리보호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데, 오히려 소액주주 주식가치가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배당 성향이 높은 일부 기업으로만 투자가 몰리며 중견·중소기업 유동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분석도 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의 의지는 강하다. 이번엔 실기해선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힘이 실린다. 이성원 트러스톤 자산운용 부사장은 "자사주 매각 절차에 대한 소수주주 보호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를 악용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많다"며 "투자 계획만 합리적이라면 재원은 차입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자사주 소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책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의 경우 스톡옵션 등 활용처가 무궁무진한데 이것을 다 소각하라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어려움이 될 수 있다"며 "기업에게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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