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장비 기술력 앞세운 LIG·대한항공…"전자전기 핵심은 전자전 수행체계"

1.8조 전자전기 수주전…KAI-한화시스템과 경쟁
LIG넥스원, 전자전 임무 장비 기술 노하우 강조
대한항공, 군용기 사업 기반 감항인증 능력 보유
"전자전기 핵심은 무엇을 싣고 날릴 것인가 문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전자전기(Block-I) 개발 사업 주관 업체 선정을 눈앞에 둔 가운데, LIG넥스원과 대한항공은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을 앞세운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 컨소시엄과 달리 전자전 장비 자체에 집중하는 것으로 차별화 하고 있다. 전자전기 개발의 핵심은 ‘전자전 수행체계’라는 것이다.

우리 군의 전자전기 사업은 지난 2017년 합동참모회의를 통해 장기소요가 결정된 후 2023년 사업추진기본전략 심의·의결, 2025년 체계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입찰 제안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LIG넥스원, 국내 대다수 전자전 장비 개발

국내 연구개발 예정인 전자전기는 기존 공격기나 전투기와는 전혀 다른 항공기다. 직접 교전보다는 △적 레이더 및 통신체계 교란 △아군의 진입로 개방 및 보호 △실시간 전자파 정보수집 및 전장상황 분석 △전자전 네트워크 중심작전의 허브기능 등 전자적 수단으로 적을 교란·마비시키고 아군의 작전을 지원하는게 주임무다.

이를 위해선 고출력 지향성 전자공격(ECM) 송신 기술과 광대역 수신 및 신호식별 알고리즘, 전자기파 위상 제어와 자동화 대응, 감항성 확보를 위한 경량·고출력 통합설계, 플랫폼 통합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계 등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의 이번 사업 제안요청서(RFP)에는 핵심기술요소(CTE)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성숙도평가(TRA) 기준으로 전자전 핵심기술 관련 사항을 나열했다. 항공기가 아닌 전자전 장비 자체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사업을 방사청 항공기사업부가 아닌 감시전자사업부가 담당하는 이유다.

LIG넥스원이 제안하는 봄바르디어 G6500 기체 기반 전자전기 개념도 (사진=LIG넥스원)

이런 관점에서 보면 LIG넥스원이 앞서 있다는 평가다. 항공기용 ECM(전자공격), RWR(디지털 레이더경보수신기), ESM(전자지원), EPM(전자보호) 등 전자기전 전 분야를 아우르는 주요 체계와 핵심장비 개발 경험을 보유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유일의 지향성 전자 공격 기술 실증 업체이기도 하다. 지향성 전자 공격 기술은 고출력 전자파를 방사해 적의 유도무기와 통신체계를 무력화하는 기술이다. 전자전기에 필요한 핵심 기능이다. 또 플랫폼 간 모듈형 전자장비의 통합 역량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LIG넥스원은 육군 지상전술전자전장비, 해군 함정용 전자전장비, 전투기용 전자전장비(ALQ-200)를 개발하고, 최근 항공플랫폼 신호정보(SIGINT) 체계 및 KF-21 통합전자전장비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민간 감항성 유지하며 군 감항도 입증”

이에 따라 LIG넥스원은 “전자전기 개발사업은 항공기 플랫폼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닌, 해외 민항기 기체(봄바르디어 G6500)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자기전 임무장비를 통합운용하는 방식”이라면서 “단순 플랫폼 중심의 개발방식은 특수목적 임무항공기인 전자전기 국내개발 방향에 부합하지 않고 전략적으로도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자전기 개발은 ‘무엇을 날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싣고 날릴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KF-21에는 LIG넥스원에서 개발한 통합전자전체계(파란등)와 항공전자장비(녹색등)가 탑재된다. (출처=LIG넥스원 블로그)

이같은 철학에 따라 미국은 최근 EC-130H 콤파스 콜 전자전기를 퇴역시키고, 민항기인 걸프스트림 G550을 개조한 EC-37B 콤파스 콜로 교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자전 수행체계 시스템 통합과 재설계는 L3 해리스와 BAE시스템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독일(Pegasus SIGINT, LuWES), 튀르키예(HAVA SOJ) 등의 특수임무항공기 개발 역시 임무장비 개발에 중점을 두고 플랫폼 획득을 추진 중이라는게 LIG넥스원 설명이다.

경쟁 업체 측에선 대한항공의 감항인증 역량을 문제 삼고 있지만, 대한항공 역시 군용기와 민항기 개조를 통한 감항인증 경험을 쌓아왔다. 1차 해상초계기(P-3C)와 백두 1차 신호정보기 등 군용기 개조 사업을 수행하며 방위사업청과 당국으로부터 감항인증을 획득했다. 또 보잉 B747·B777, 에어버스 A330 등 민항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면서 주요 감항당국의 인증도 획득해왔다.

특히 이번 사업은 원제작사가 보유하고 있는 민간 감항성을 유지하면서, 군 감항 입증을 이끌어내야 하는 복합적이고 고난도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대한항공 측은 “군용기와 민간항공기 분야 모두에서 국제적으로 입증된 15인승 이상급의 감항획득 및 운영 경험을 가진 업체는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