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모든것을 봉쇄하자’ 집회 모습. 정부의 재정 긴축 등에 반대하는 이날 집회에 20만여명이 참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국보다 아래인 ‘A+’로 떨어뜨렸다. 유로존 최대 수준의 재정 적자 규모와 내각 총사퇴 등 정치적 혼란이 원인이다.
피치는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장기신용등급(IDR)을 기존 ‘AA-’에서 ‘A+’로 강등한다. (다만) 향후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 최고 등급인 트리플 에이(AAA) 신용등급에서 미끄러진 지 12년 만에 AA도 박탈당하게 됐다. A+는 독일·네덜란드(이상 AAA)·핀란드·오스트리아(이상 AA) 등 다른 유럽 선진국이나 한국(AA-)보다 낮은 수준이다.
피치는 국가부채 과잉과 과도한 재정 적자를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프랑스의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지속적인 재정 적자를 반영해 계속 증가할 것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가 2024년 113%에서 2027년 12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수년간 부채가 안정화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5.8%로 예상된다. 이는 유로존 국가 중 최고치다. 유럽 평균(3.1%)은 물론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고 알려졌던 이탈리아(3.4%)도 웃돈다.
최근 총리 사퇴 등 정치적 분열도 신인도 하락을 부추겼다. 국가 부채 감축·재정 긴축을 추진했던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는 지난 8일 하원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을 받아 다른 장관들과 함께 총사퇴했다. 이어 10일엔 긴축 등에 반대하는 시민 20만명이 전국에서 ‘국가 봉쇄’를 구호로 내건 총파업을 벌였다.
보고서는 “신임 투표에서 정부가 패배하며 국내 정치의 분열·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이런 불안정은 실질적인 재정 건전화를 추진할 정치 시스템의 역량을 약화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신임 총리는 전임 바이루 총리가 추진하던 재정 개혁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그는 13일 지역매체 쉬드우에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휴일 이틀 폐지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국가 재정의) 다른 재원을 찾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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