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시위답게 'Z세대 시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화선이 된 건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이 정부 규제 미준수라는 이유로 갑자기 일제히 접속이 막혔다. 청년들은 행진하며 "우리는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한 이들의 시위는 금세 유혈 충돌로 번졌다. 사흘 만에 25명이 숨지고 600명 넘게 다쳤다. 정부가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총리가 사임했지만 분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사이버 공간이 막히며 시작된 분노는 대통령 관저, 대법원, 국회의사당, 정치인들의 자택 등 기득권층의 물리적 공간을 향했다. 전직 총리와 장관들은 시위대에 머리채가 잡혔다.
전문가들은 네팔 시위의 직접적 계기가 된 건 소셜미디어 차단이지만 근본적 배경엔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다고 본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네포 키즈'를 언급했다. 호화 생활과 각종 특혜를 누리는 기득권층 자녀를 일컫는다. 친족주의라는 뜻의 네포티즘에서 유래했다. 시위 수주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선 명품 상자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고급 외제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과시하는 네팔의 네포 키즈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던 터다.
10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대법원 건물이 시위대에 의해 불에 탄 모습/AFPBBNews=뉴스1 |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한 이들의 시위는 금세 유혈 충돌로 번졌다. 사흘 만에 25명이 숨지고 600명 넘게 다쳤다. 정부가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총리가 사임했지만 분노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사이버 공간이 막히며 시작된 분노는 대통령 관저, 대법원, 국회의사당, 정치인들의 자택 등 기득권층의 물리적 공간을 향했다. 전직 총리와 장관들은 시위대에 머리채가 잡혔다.
전문가들은 네팔 시위의 직접적 계기가 된 건 소셜미디어 차단이지만 근본적 배경엔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다고 본다. 현지 언론은 일제히 '네포 키즈'를 언급했다. 호화 생활과 각종 특혜를 누리는 기득권층 자녀를 일컫는다. 친족주의라는 뜻의 네포티즘에서 유래했다. 시위 수주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선 명품 상자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고급 외제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과시하는 네팔의 네포 키즈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던 터다.
이들과 비교하면 네팔 Z세대의 현실은 정반대다. 네팔 인구의 1/5은 빈곤층이며 15~24세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매일 2000명 넘는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타국으로 떠나는 실정이다. 이들에게 소셜미디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안부를 묻고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생존 수단이었을 터다. 그런 창구마저 닫혔을 때 분노가 폭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월 최저임금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주택수당이 지급되고 있단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시위가 벌어졌다. 21살의 오토바이 배달원이 경찰기동대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사건은 시위대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시위대는 재무장관과 국회의원들의 자택을 습격해 약탈하고 방화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의원 특혜를 철회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언뜻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두 나라는 모두 젊은 인구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절반, 네팔은 56%가 30세 미만이다. 청년들이 높은 실업률과 심화하는 소득 격차에 좌절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 50명의 보유 자산이 국민 5000만명의 자산 합계와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전통적 믿음이 점점 더 희미해지는 시대에서 남은 건 청년들의 길 잃은 분노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시작된 시위라도 방화나 약탈이 최종 목표가 될 순 없다.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변화를 요구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 정당이나 정치 연합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길은 시위보다 지난하고 더디겠지만 지속 가능할 것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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