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 심포지엄 개최
트럼프 행정부 2기 대응 외교·안보전략 논의
美구금사건 “합리적 처사 아냐... 안타깝고 화나”
“자강력 강화 통해 국제질서 선제 대응해야”
트럼프 행정부 2기 대응 외교·안보전략 논의
美구금사건 “합리적 처사 아냐... 안타깝고 화나”
“자강력 강화 통해 국제질서 선제 대응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 등이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트럼프 2.0 시대 : 지정학·지경학 안보와 글로벌 질서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3차 공동 심포지엄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과 반기문재단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맞이한 대전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해법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반기문 유엔 전 총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진화를 강조하며,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건에 대해서는 동맹국에 대한 합리적 처사가 아니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9일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과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은 ‘트럼프 2.0 시대: 지정학·지경학 안보와 글로벌 질서의 대전환’을 주제로 제3차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라는 외교 환경 속에서 한국 외교전략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이번 포럼에는 반 전 총장을 비롯해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김숙 전 유엔 대사,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트럼프 2.0 시대 : 지정학·지경학 안보와 글로벌 질서의 대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3차 공동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 전 총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미동맹에 있어서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임해야 한다”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의제가 되는 것은 북한에게 오판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4일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사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사전 통보없이 이뤄진 해당 조치는 동맹국에 대한 합리적인 처사가 아니며, 안타깝고 화가 나는 심정”이라며 “한미동맹을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겠으나, 재발하지 않도록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중러 3국의 삼각협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3일 북중러 정상이 195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에 대해 “이들이 긴밀한 군사적 연대로 나아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유효적절한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점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핵무기만으로는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격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강력 강화에 힘쓰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편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유형의 힘뿐만 아니라 경제선진국, 무역대국, 문화강국을 이뤄낸 국민적 자신감을 더욱더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에 이어 열린 제1세션에서는 국제 질서 재편과 그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현재 국제체제는 미국의 공공재 약화, 민주주의 동맹의 약화, 핵시대의 도래, 자유주의 국제질서(LIO)의 약화 등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신화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과 달리 한국은 아직까지 다자주의 정책이 나오고 있지 않다”며 미국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연대를 주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한 국내정치의 안정과 초당적 합의가 없다면 대외정책 일관성과 국제사회가 신뢰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세션에서는 군사 안보와 경제·기술 안보가 융합되는 새로운 국제 환경 속에서, 경제안보와 글로벌 경제 질서의 향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 허브 원장은 “중국은 AI 혁명을 계기로 산업 구조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경제 전반은 침체돼 있지만, 전기차 등 첨단제조업은 굴기하고 있어 완전한 자강시스템을 갖췄다. 다만 수출 시장이 봉쇄되고 있는 것이 미중경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원호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제안보실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장기적인 전략 변화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 실장은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라도 미국이 관세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는 단순히 무질서한 보호주의가 아니라, 어떠한 원칙과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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