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영상은 JTBC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앵커]
올해 초,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을 여러 차례 접견했습니다. JTBC가 접견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법 계엄으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불법적 '감방 통치'나 다름 없어 보입니다. 국익이 달린 문제를 정확한 정보도 없이 구치소에서 지휘한 겁니다. 외교, 안보, 의료문제, 여론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미국과 최상목 대행의 대화 추진에 대해 "대통령실이 직통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먼저, 함민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약 25분 간 당시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을 접견했습니다.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안보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강의구 부속실장 등입니다.
JTBC 취재 결과, 이 자리에서 신원식 실장은 윤 전 대통령에게 "미국 쪽에서 계획을 빠르게 잡아 권한대행과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였습니다.
1월 20일 트럼프 2기가 출범한 직후, 최 부총리가 "이른 시일 내에 통화 추진" 계획을 밝혔지만, 좀처럼 성사가 안되고 시간이 흐르던 시기였습니다.
보고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하고 백악관하고 직통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안보실'을 언급했습니다.
안보실이 "군사 외교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 이 접견 엿새 뒤인 2월 6일 신 실장은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3월에는 미국에도 다녀왔습니다.
또 다른 접견 때 발언도 확인해봤습니다.
지난 1월 24일 김정환 수행실장과의 접견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전공의 파업 때문에 의료는 괜찮은지" 묻습니다.
김 실장은 "전공의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이 상황이 이어지면 "겨울에 나이 든 분들은 곤란하다"고 답합니다.
설을 앞둔 상황, 윤 전 대통령은 '야채 가격 관리'도 주문하고, 김 실장은 "최상목 대행이 물가관리 잘하고 있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순간,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은 정지됐습니다.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시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헌법을 위반한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올해 초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도 궁금해했습니다. 접견 온 참모에게 광주에 많이 모였는지 물었고 인파가 많았다는 답을 듣자 "광주와 전라도도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어서 최재원 기자입니다.
[기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듭니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지난 2월 15일 광주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전두환의 불법계엄에 무고한 시민들이 숨진 금남로 한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은 그 행사입니다.
[전한길/전 한국사 강사 : 계몽령을 통해서 국민을 일깨워 주신 윤석열 대통령 석방하라!]
엿새 뒤인 2월 2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부속실장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이 집회에 대해 질문합니다.
강 전 실장이 "이번 주에도 대통령님 지지 집회가 또 열린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도 많이 모였다고요?"라며 궁금해 합니다.
강 전 실장은 "스크린이 3개가 설치될 정도로 인파가 많았다"고 답했고 윤 전 대통령은 "광주도, 전라도도 다 같이 발전하고 국민들도 그 혜택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직무 정지 상태인 대통령이 부속실장에게서 광주로 몰려간 극우 단체들의 집회 소식을 직접 보고받은 겁니다.
광주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여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반려견들의 안부를 물었고, 강 전 실장은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로 반려견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 정도라면 구치소에서 집무를 본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함민정 기자, 그 동안 윤 전 대통령을 면회 하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 논리를 그대로 전하며 '옥중 정치' 비판은 많이 나왔었는데요.
그런 부분도 취재 과정에서 확인이 됐나요?
[기자]
네 저희는 국회 법사위가 윤 전 대통령 '접견 특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치소로부터 보고 받은 접견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먼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중심에 섰던 국민의힘 의원이 접견 이후 했던 얘기 들어보시죠.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지난 2월 7일) : 진솔한 당당함을 국민분들, 지지자분들이 말씀 많이 하신다고 하니까 대통령께서는 '국민의 자존심이 대통령 아니냐, 그런 자세를 견지하려고 한다' 이런 말씀 하셨고…]
이날 접견에서 실제 이런 대화를 나눈 걸 확인했는데요.
윤 의원이 '헌재 탄핵 심판 때 말을 잘 해 보기 좋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의 자존심이니 당당하려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발언, 여론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깔린 걸로 보이는데요.
지난 3월 5일, 채명성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밖의 여론'을 묻습니다.
"여론조사는 40% 정도 된다"는 말에 윤 전 대통령은 "조사 말고 주변 분위기는 어떻냐"고 거듭 묻는 등 여론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윤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지지 집회가 열렸다니 흡족해했지만 실상은 좀 달랐죠?
[기자]
네, 2월 15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세이브코리아' 집회는 주로 타 지역에서 온 참가자들이 많아 광주 시민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 반발하며 탄핵 찬성 집회도 열렸는데 당시 시민들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황현필/한국사 강사 (지난 2월 15일) : 광주에서 내란 수괴를 옹호하고 학살을 지지하는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집회를 한다는 것은 홀로코스트가 행해진 곳에 나치 추종자들이 집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집회 영상도 보고 계시는데요.
내란에 반대하고 탄핵을 촉구하는 모습입니다.
결국 강의구 전 부속실장이 접견 때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건 '반쪽짜리' 보고였던 겁니다.
[앵커]
'구치소 참모회의'라고 할만한 접견도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직무 정지 상태에서 문제가 되는 행동 아닌가요?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헌법 제 65조에 따라 권한이 정지됐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직무를 해선 안되고 대통령실 참모들도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이 신원식 안보실장에게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우리 정부와의 소통을 두고 "대통령실이 직통으로 해야 한다"면서 안보실을 거론한 뒤 신 실장은 그 이후 정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와 통화를 하고 미국에도 다녀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의 말이 실제 지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직무 정지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중대한 헌법 위반 혐의"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실질적 지시가 있었다면 형법상 직권 남용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헌법위반의 연속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박재현 신승규 영상편집 박선호 이지훈 영상디자인 최석헌 취재지원 진수민 남민지]
함민정 기자,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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