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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엔지니어 발 묶이나…합작공장 '무기한 연기' 우려

머니투데이 뉴욕=심재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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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엔지니어 발 묶이나…합작공장 '무기한 연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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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고 있다. /사진 출처=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고 있다. /사진 출처=ICE 홈페이지


한국 정부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자진출국 형태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미 당국과 협의 중인 가운데, 미국의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의 크리스티 놈 장관이 자진출국 아닌 추방을 언급했다. 어떤 방식으로 출국하느냐는 향후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사업하는 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놈 장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 국토안보 장관 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가 취재진을 만나 이번 사태로 구금된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모든 기업이 미국에 올 때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도록 하는 훌륭한 기회"라고도 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나 이민재판소의 허가를 받아 자진출국할 경우 추방 기록이 남지 않아 재입국이 금지되지 않지만, 재판을 거치지 않고 이민세관단속국 등에 의해 신속추방 절차로 추방될 경우 미국 이민국적법에 따라 5년 동안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한국인 근로자들이 전자여행허가(ESTA)나 B-1 비자가 허용하는 체류기한인 각각 3개월,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면 자진출국으로 귀국 절차가 진행될 경우 미 당국이 명시적으로 재입국을 금지하는 불이익은 없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가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미 당국과 조율 중인 이유다.

놈 장관의 이날 '추방' 조치 발언이 자진출국을 허가하지 않고 추방하기로 했다는 의미인지, 자진출국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추방이라고 표현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양국의 합의 결과는 한국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로 직원 47명 및 협력 업체 직원 250여명이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향후 사태가 정리된 후 HL-GA 공장 설립에 다시 나설 때 변수가 될 수 있다. 배터리 공장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엔지니어들에 일본·중국 기업 파견 인력들이 포함됐던 것인데, 이들이 구금 사태로 충격을 받은 이후 다시 조지아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금 인력들의 재파견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증폭되는 중이다. 추방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구금 이력은 향후 비자 발급 때 미국 입국 금지 등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전문 엔지니어 300여명의 재파견이 모두 힘들게 된다면 HL-GA 공장 건설이 무기한 미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이번 사태 발발 그 자체만으로 '내년 상반기 가동' 목표가 달성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경우 같은 기계와 원료를 써도 수율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려운 산업인데 공장 세팅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을 모두 바꾼다면 그 기간이 무한정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썬 구금 인력들이 일단 무사히 돌아오고, 양국 비자 문제가 원만하게 풀리는 것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 상황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은 "관계부처는 모든 분들이 안전하게 돌아오실 때까지 상황을 계속해서 세심하게 관리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부당한'이라는 표현을 쓴 셈이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한 가운데, 정부는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자진출국 형태 귀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E-4' 비자 쿼터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에도 힘쓰고 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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