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중 74명, 당선 뒤 보유 주식 늘어… 제2의 이춘석 막아야"

경실련, '22대 국회의원 보유 주식 실태조사' 발표
올해 3월 기준 의원 1명당 약 12억 원치 주식 보유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2대 국회의원 주식 보유 및 매각·백지신탁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22대 국회의원 74명이 당선 전보다 당선 후 증권 보유액이 오히려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주식·채권 등 증권을 보유했다고 신고한 국회의원은 전체 300명 중 149명이었으며, 총 보유액은 2,575억4,886만 원, 평균 보유액은 1인당 17억2,852만 원이었다. 1년 뒤인 올해 3월 신고된 총 보유액과 1인당 평균 보유액은 2,008억6,737만 원과 12억1,004만 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보유 의원 숫자는 166명으로 증가했다.

신고 금액이 1년 전보다 늘어난 의원은 74명이었다. 채권을 제외한 주식만 두고 봤을 때 가장 많이 증가한 건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으로 6억304만 원(4억7,621만 원→10억7,925만 원) 증가했다. 이어 같은 당 이헌승 의원(이하 증가액 5억54만 원),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근 의원(3억7,841만 원), 한민수 의원(2억3,618억 원), 최민희 의원(2억1,673억 원) 순이었다. 경실련은 "증권 보유 신고액 증가 사례 대부분이 추가 매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9일 분석한 제 22대 국회의원 당선 전·후 보유 주식 증가분 순위.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해충돌 가능성 고위 공직자가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한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직무 관련성 판단을 받아야 한다.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면 60일 이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경실련 분석 결과 지난해 6월~올해 8월 매각 및 백지신탁을 신고한 의원은 40명으로 금액은 1인당 평균 4억2,899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 증권 보유액 총액의 6.66%에 불과하다. 최수진, 이헌승 의원의 경우 해당 기간 각각 10억931만 원, 16억9,115만 원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달 5일 일부 주식(2억6,986만 원)을 매각했는데 분석엔 반영되지 않았다. 3,000만 원을 초과해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97명으로 1인당 평균 보유 신고액은 27억151만 원에 달했다.

경실련의 이번 조사는 최근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과 무관치 않다. 경실련은 재산 공개가 연 1회에 그치는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주식 매매 내역 신고제 도입, 주식백지신탁심사위의 직무 관련성 심사 보완 등을 요구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