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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이 신생 독립국 된 듯한 민주당 정부 개편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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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이 신생 독립국 된 듯한 민주당 정부 개편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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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을 보면 마치 우리나라가 신생 독립국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구 뒤집고 새로 만드는 게 마치 정부 창설 시기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를 앞둔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검찰이 하위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임명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신설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은 “정부를 상대로 한 생체 실험”이라고 했다.

민주화 이후 모든 정부가 선거에서 이긴 뒤 ‘정부 혁신’이란 명분으로 부처를 쪼개거나 합치고 새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근간을 흔들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개편은 드물었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이나 논의 한번 없었다. 한 정당이 선거 한번 이겼다고 이렇게 해도 되나.

검찰청을 없애고 그 주요 기능을 경찰이 하게 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검찰의 기존 문제를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범죄 수사가 상당 부분 경찰에 넘어가 있는데, 그 뒤 수사 무마·지연, 사법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더 심각해져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할 방법은 검찰청을 먼저 폐지해 놓고 생각해 본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은 상공부에서 동력자원부,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맡아왔는데, 이번에는 환경부에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만든다고 한다. 에너지 정책 수립은 나라 경제의 장기 성장 전략에 맞추는 것이 정상이다. 에너지 소비를 규제하는 부서에 맡기는 것 자체가 주객 전도다. AI 시대 대응이 되겠나. 국민은 전기 요금 인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와 금감원 업무가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곳으로 나뉘면서 금융권에선 한숨이 나오고 있다. 행정부 아닌 사법부도 ‘혁명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신기술의 등장과 국제 안보·경제 질서 변화 등으로 인해 정부 조직도 재정비할 필요성은 있다. 다만 부처 개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예산을 절약하면서 대국민 서비스를 더 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직 개편은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을 위한 ‘말 잘 듣는 정부’, ‘한풀이 개편’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국민의 불편과 불만이 없도록 각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안이 만들어졌을 때 시행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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