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15세에 요절한 ‘컴퓨터 영재’…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 됐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원문보기

15세에 요절한 ‘컴퓨터 영재’… 밀레니얼 세대 첫 성인 됐다

속보
내란특검, 황교안 전 국무총리 기소…내란선동 등 혐의
카를로 아쿠티스 초상화. /EPA 연합뉴스

카를로 아쿠티스 초상화. /EPA 연합뉴스


기술을 활용한 신앙 전파로 ‘신의 인플루언서’로 불린 카를로 아쿠티스(1991~2006)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됐다

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6만 명 이상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아쿠티스에 대한 시성식을 집전했다.

1991년 5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쿠티스는 2006년 10월 15세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이었지만,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코드를 익힌 컴퓨터 영재로서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마리아 발현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게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신앙을 전파했다. 어린 나이에도 매일 성체 앞에서 몇 시간에 걸쳐 기도를 올리고, 비디오게임을 1주일에 1시간으로 제한할 만큼 절제력과 신앙심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신자가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소에 안치된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 신자가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소에 안치된 성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카톨릭교회에서 부여하는 존칭은 하느님의 종, 가경자, 복자, 성인 순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선종한 카톨릭 교인 중에서 거룩한 삶을 살아 공적인 공경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받는 이에게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한 뒤 교황이 수여한다.

아쿠티스가 복자 칭호를 받은 건 2020년이다. 췌장 관련 질병을 앓던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기적으로 인정받으면서다. 이후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던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가 아쿠티스 무덤을 찾은 어머니의 기도로 빠르게 회복한 사례가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되면서 시성이 결정됐다.


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카를로 아쿠티스와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시성식을 집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레오 14세가 카를로 아쿠티스와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시성식을 집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날 시성식에선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하다가 소아마비로 20대에 요절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성인품에 올랐다.

이들의 시성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때 결정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수개월간 시성식이 연기됐다가 이날 거행됐다.

레오 14세는 미사 강론에서 “인생 최대의 위험은 신의 계획 밖에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두 성인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삶의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해 삶을 걸작으로 만들도록 초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마가 이들을 덮쳐 생을 단축했을 때조차 이들은 신을 사랑하고 헌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