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을 나는 새의 군더더기 없는 날갯짓은 날렵하고 아름답다. 새가 날아다니지 않는 공중은 얼마나 밋밋할까. 이른 아침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은 반갑고 청량하다. 새가 지저귀지 않는 아침은 얼마나 적적할까. 새는 살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새는 죽을 때도 흔적이 없다. 새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간결하다.
인간은 필시 나는 새를 보며 비행을 꿈꾸었을 것이다. 새가 없었다면 난다는 건 상상도 시도도 하지 못했을 터다. 인간은 새를 본떠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다. 모두 대단한 일이지만, 인간은 새에게서 나는 법만 배웠지 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인간에게 비행의 영감을 선사한 새는 간결한 삶, 흔적 없는 삶을 보여주지만 인간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며 자연에 부담을 더한다. 기술로 힘이 세지자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 주제에 자연의 소유자로 행세하며 자연을 지배하려 든다.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오만에, 자연에서 무엇이든 얼마든지 추출해도 괜찮다는 어리석음에 빠졌다.
1991년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2006년 물막이 공사가 끝났지만 지금도 진행 중이다. 사업 종료 시점은 2020년에서 2050년으로 늘어났다. 길이 33.9㎞,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들어서자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여의도 140배 넓이의 드넓은 갯벌이 사라졌다. 새만금 갯벌에 살던 수많은 저서생물과 염생식물과 새들, 거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인간은 필시 나는 새를 보며 비행을 꿈꾸었을 것이다. 새가 없었다면 난다는 건 상상도 시도도 하지 못했을 터다. 인간은 새를 본떠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다. 모두 대단한 일이지만, 인간은 새에게서 나는 법만 배웠지 사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인간에게 비행의 영감을 선사한 새는 간결한 삶, 흔적 없는 삶을 보여주지만 인간의 삶은 갈수록 복잡해지며 자연에 부담을 더한다. 기술로 힘이 세지자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 주제에 자연의 소유자로 행세하며 자연을 지배하려 든다. 자연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오만에, 자연에서 무엇이든 얼마든지 추출해도 괜찮다는 어리석음에 빠졌다.
1991년 시작한 새만금 간척사업은 2006년 물막이 공사가 끝났지만 지금도 진행 중이다. 사업 종료 시점은 2020년에서 2050년으로 늘어났다. 길이 33.9㎞,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들어서자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 여의도 140배 넓이의 드넓은 갯벌이 사라졌다. 새만금 갯벌에 살던 수많은 저서생물과 염생식물과 새들, 거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용도·목적 모호한 국책 간척사업
이 거대한 국책사업의 의도는 모호하다. 처음엔 간척한 땅을 농지로 쓴다더니 나중에는 산업·관광단지로 용도가 바뀌었고, 여기에 공항이 더해졌다. 공항 건설 예정지는 새만금의 마지막 습지 ‘수라갯벌’이다. 예정지에서 불과 1.35㎞ 떨어진 곳에 군산공항이 있다.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이 있다. 전주와 익산에 KTX가 선다. 이런 곳에 짓겠다는 공항에 합당한 명분이나 경제성이 있을 리 없다. 현재 우리나라 공항 15개 중 인천·김포·제주·김해 공항을 빼고는 모두 적자다. 새만금 신공항은 군산공항이 있는 군산 미군기지의 확장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갯벌이 원래 그렇듯 수라갯벌 또한 수많은 생명체의 집이다. 흰발농게와 금개구리, 황새, 저어새, 큰뒷부리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물수리, 매 등 법정보호종만 60종이 넘는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이들의 집을 철거하는 거다. 수라갯벌 매립은 하나의 생태권을 이루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2021년 시행한 ‘새만금 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신공항 예정지 조류 충돌 횟수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보다 610배나 높았다. 이 수치는 수라갯벌에 공항을 짓지 말라는 ‘자연의 선고’다. 국토교통부는 조류 저감 대책을 세우면 된다고 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무책임한 말이다. 이렇게 큰 차이를 기술로 메꿀 수 있다고 우기면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 안전은 현실 앞에 겸손할 때 보장된다. 현실 무시와 기술 과신이 참사를 잉태한다. 새는 숫자로 계량되는 추상 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날아다니고, 현실은 숫자로 모두 가늠할 수 없다. 수라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고, 대규모 철새도래지는 공항 입지의 최우선 원칙인 항공 안전에 치명적 위협이다. 이게 현실이다.
조류 충돌에서 시작된 여객기 참사를 보고도, 신공항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을 확인하고도 사업을 밀어붙이는 무감각이 놀랍고 무섭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한계치를 넘어 기후위기가 닥쳤는데도 강력한 탄소흡수원인 갯벌을 없애고 탄소 다량 배출의 항공기 운항을 촉진할 공항 건설을 강행한다. 어쩌다 우리는 생명과 안전에 이토록 무디어졌나. ‘경제 효과’는 그 어떤 비판도 잠재우는 무소불위의 마법이다. 무엇이든 돈만 되면 된다는 풍조가 산과 강과 갯벌을 개발의 이름으로 파괴한다. 여기엔 공익이 목적이라는 정부도 이윤이 목적인 기업과 다를 게 없다.
‘자연의 선고’ 따라 신공항 취소를
수라갯벌은 살아 있다. 갯벌에 날아드는 수많은 새가 증언한다.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서면 갯벌은 죽고 거기 기대어 사는 생명체들은 모두 집을 잃는다. 철새가 펼치는 화려한 군무도 사라진다. 비인간 생명체를 몰아내고 자신의 편익만 좇는 인간의 삶은 삭막하고 위태롭다. 더는 갯벌을 죽여서는 안 된다. 기후·생태 재난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은 공항의 경제 효과라는 신기루를 좇는 게 아니라 해수 유통 확대로 갯벌을 더 살리는 것이다. 9월11일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선고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생명의 호소를 선택하라. ‘자연의 선고’를 따르라.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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