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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는 ‘하늘의 별’ 따기”…‘비자 문제’ 한·미 협력 화두로 떠오르나?[한국인 구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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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는 ‘하늘의 별’ 따기”…‘비자 문제’ 한·미 협력 화두로 떠오르나?[한국인 구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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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제공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제공


미국 이민 당국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등 475명을 잡아 가두며 내건 명분은 ‘비자’였다. 전자여행허가제(ESTA)·방문비자(B1·B2)로 공장에서 일한 것이 ‘체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활동’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노동자가 미국의 취업 비자를 받는 것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비자뿐 아니라 법·제도의 차이가 앞으로 협력에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라며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비자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7일 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선·반도체·철강·배터리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제조 기업들은 미국 출장자들의 비자 상황을 전수 점검하는 등 미국의 비자 단속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들 대다수는 주로 ESTA나 B1 비자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갈무리


한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미국에 출장을 간 사람들의 비자를 모두 확인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비자 문제는 없었다”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한·미 협력으로 대미 투자가 많아지는 상황이지만 정작 정규 비자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우리가 볼 땐 미국이 한국에 협력하자고 해놓고 정작 사진이나 영상 나온 것을 보면 범죄자로 연행을 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인정되는 정규 취업비자는 주재원 비자인 L 비자, 전문기술인 비자인 H-1B 비자 등이 있지만, 한국 기업은 미국에 방문할 때 대부분 ESTA나 B1 비자를 활용했다. 취업비자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력을 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실제 미국 이민국(USCIS)에 따르면 H-1B의 상한은 8만5000개이지만, 2026년 신청자 수는 총 35만8737명이다. 신청자의 약 24%만 실제 발급받는 것이다. L 비자는 승인 요건이 모회사와 자회사 등 인원으로 한정돼 협력업체 인원 파견이 어렵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하나의 본보기로 이번에 한국인들을 대규모로 체포·구금한 거 같아 솔직히 난감하다”며 “미국은 한·미 통상 협력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많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을 만들려면 전문가·숙련 근로자들이 가야 하는데, 모두 다 주재원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투자를 하면 한꺼번에 비자를 내주든지 어떤 식으로든 절차를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정부와 협력해 선제적으로 미국의 법·제도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병규 법무법인 인화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는 “지금은 기업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ESTA나 방문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도 우려가 컸다”며 “비자 문제는 물론이고 환경·폐기물·노동 문제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준수해야 할 것을 차근차근 갖추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존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급선무는 미국에 구금된 우리 근로자들이 돌아오는 일”이라면서도 “문제가 터져나온 만큼 비자 외에도 환경·노동 등 다른 문제는 없는지 기업과 정부가 사전에 파악해서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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