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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수상 불발…“이미 큰 상 받은 기분”

헤럴드경제 손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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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수상 불발…“이미 큰 상 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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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짐 자무쉬 감독
‘어쩔수가없다’ 수상 불발에 외신 “이변 일어나”
오스카상 도전…영진위 선정 아카데미 韓 대표작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박찬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박찬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11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인디 영화계의 대표 감독인 짐 자무쉬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에게 돌아갔다. 13년 만의 한국 영화 경쟁부문 진출로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의 수상은 불발됐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선글라스를 낀 채 시상대에 올라선 짐 자무쉬 감독은 “다양한 영화들의 축제인 영화제를 마련하고, 저에게 특별한 영예를 안겨주어 대단히 감사하다”며 “영화 제작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늘 새롭게 배우는 입장으로,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렵다고 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말에 동감한다”고 덧붙였다.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짐 자무쉬 감독 [AP 연합]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짐 자무쉬 감독 [AP 연합]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는 부모와 성인 자녀 간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 3부작 형식의 장편 영화다. ‘파더’는 미국 뉴저지, ‘마더’는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시스터 브라더’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애덤 드라이버, 샬럿 램플링, 케이트 블란쳇 등이 출연했다.

앞서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는 칸 영화제 진출이 점쳐졌지만, 이번에는 베니스를 택해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자무쉬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이 올해 베니스영화제가 거둔 큰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영화제 예술 감독도 “칸이 지금까지 승리해 왔지만, 올해 그(자무쉬 감독)는 베니스에 있다”고 자축한 바 있다.


다만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의 베니스 최고상 수상은 예상 밖이란 반응이 많다. 로이터는 “이번 작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당초 황금사자상 후보로는 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쟁부문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튀니지 감독인 카우더 벤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에게 돌아갔다. 지난 2024년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몇 시간 동안 차량에 갇힌 후, 목숨을 잃은 다섯 살 팔레스타인 소녀의 이야기를 응급 구조대의 실제 녹음을 통해 담아낸 영화다.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카우더 벤하니아 감독 [AP 연합]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카우더 벤하니아 감독 [AP 연합]



감독상은 ‘스매싱 머신’의 베니 사프디 감독이 수상했다. 그 밖에 남우주연상은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했던 ‘은총’의 토니 세르빌로가, 여우주연상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의 신즈레이가 받았다.


경쟁부문 진출작 중 유력 수상작으로 거론돼 온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를 비롯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그리고 캐서린 비글로우, 기예르모 델 토로, 노아 바움백 등 유명 감독들의 신작들은이번 영화제 수상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로이터는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수상에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AP는 “황금사자상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힌드 라자의 목소리’와 무관의 ‘어쩔수가없다’ 등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을 제친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해외 주요 매체들은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호평과 함께 베니스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의 한국 영화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인 만큼 국내에서도 큰 기대를 받았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BBC는 “이 작품(어쩔수가없다)은 국제적인 대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고, 인디와이어는 “박 감독이 정교하게 연출한 실직 복수 풍자극 ‘어쩔수가없다’는 베니스에서 반드시 어떤 상이든 차지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 감독은 수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시상식 직후 현지 취재진에게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직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어쩔수가없다’는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에서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의 한국 영화 수상에 도전한다. 지난 4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세계가 공감할 비극을 유머로 빚은 아이러니로 아카데미가 환호할 작품”이라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어쩔수가없다’는 해고 당한 가장 만수(이병헌 분)가 가족과 아이들,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