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단과 팬들은 최근 빈스 벨라스케즈(33)의 이름만 들으면 머리가 아프다. 롯데는 가을 순위 싸움과 포스트시즌에서의 마운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7일 벨라스케즈와 연봉 33만 달러에 계약했다. 올 시즌 개막을 같이 한 터커 데이비슨이 10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구위파 유형은 아니었다. 이닝 소화력도 다소 떨어져 있었다.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도 아니었다. 그래서 교체를 결정했다.
데이비슨을 계속 가면 5~6이닝 정도를 2~4실점 정도에서 막아줄 수 있는 계산된 카드를 들 수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 3위를 굳히고 그 위를 바라보고 있었던 롯데의 생각은 그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3위로 가도 포스트시즌은 구위파 선발 투수가 필요했다. 영입 성공 사례인 알렉 감보아를 통해 이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도박을 걸었다. 영입 당시 김태형 롯데 감독도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이라고 못을 박았다.
여기까지는 이론적으로 다 맞는 이야기였고 희망적인 이야기였다. 그러나 정작 벨라스케즈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부진하다. 메이저리그 38승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벨라스케즈는 KBO리그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는 등 연일 부진하다. 시즌 5경기에서 23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1승4패 평균자책점 8.87에 머물고 있다. 피안타율(.337), 이닝당출루허용수(1.97) 등 세부 지표도 최악이다. 구위도 생각보다 좋지 않은데 제구까지 별로다.
승부수라고 생각했던 벨라스케즈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롯데도 답답한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분명 구위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이야기다. 다만 첫 단추를 잘못 잠궜고, 그 부진에서 오는 심리적인 압박감 등이 종합적으로 경기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뭔가 한 번의 전기가 있어야 하는데 5경기 동안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6일 인천 SSG전(우천 취소)을 앞두고 “내가 봤을 때는 1~2경기가 안 되면서 그냥 그대로 말려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기량 자체가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체는 좋다. 초반에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이나 이런 것도 첫 단추가 잘 껴져 갔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안 끼워지니까 계속 좀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5일 경기를 돌아보면서 “어제 모처럼 슬라이더가 괜찮았다. 그런데 왜 직구를 들이 밀어서 맞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또 자기가 고개를 흔들고 하더라”고 말했다. 2회 2사 후 최지훈에게 내주지 않아도 될 볼넷을 내줘 결국 선제 투런포를 맞는 등 조금 더 현명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보크에 대해서도 “초(피치클락)도 빨리 지나가니까 빨리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벨라스케즈가 롯데의 교체 후보 1번은 아니었다. 먼저 찍었던 선수는 미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전해 성사되지 않았다. 데이비슨은 바꿔야 했고, 그중 가장 나은 선수를 찾다보니 벨라스케즈가 레이더에 걸렸다. 그리고 롯데 프런트와 현장은 벨라스케즈가 데이비슨보다 더 나은 선수라고 보고 교체를 결정했다. 이 과정은 틀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팀의 포스트시즌이 걸린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다만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인 만큼 선택의 잘잘못과 책임은 나중에 따지고, 앞으로 벨라스케즈를 어떻게 부활시키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만들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롯데는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의 산술적인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고, 이 과정에서 기대했던 벨라스케즈의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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