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필라델피아 수비수 카터, 상대 도발에 걸려 반칙 퇴장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어 개막 6초 만에 퇴장당한 NFL 제일런 카터 |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상대에게 침을 뱉는 행위는 어떤 문화권에서나 가장 강한 단계의 무례이자 모욕이다.
그래서 스포츠 경기에서 침을 뱉으면 거의 예외 없이 즉시 경기장에서 퇴장당한다.
때로는 침을 뱉도록 도발하는 경우가 있지만, 계속 경기에서 뛰고 싶다면 즉시 꿀꺽 삼켜야 한다.
미국프로풋볼(NFL)을 대표하는 수비수 제일런 카터(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2025시즌 NFL 1호 퇴장이라는 오명을 썼다.
카터는 지난 5일(한국시간)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시즌 개막전에서 경기 시작 직후 상대 쿼터백 닥 프레스콧에게 침을 뱉었다.
심판이 바로 앞에서 똑똑히 지켜보는 가운데 저지른 행동 때문에 그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 지 6초 만에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선공을 얻은 댈러스 선수들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상대를 자극하는 이른바 '트래시 토크'를 했고, 프레스캇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프레스캇은 "내 입에 고인 침이 동료들에게 튀지 않도록 하고자 바닥에 뱉었다"고 해명했지만, 카터는 이를 명백한 도발로 받아들이고 보복했다.
카터는 NFL 사무국으로부터 추가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터는 6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가 저지른 실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며, 팀 동료와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AP통신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침을 뱉는 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배운다"면서 스포츠계에서 나왔던 '침 뱉기' 사건을 요약해 돌아봤다.
루이스 수아레스 |
◇ 루이스 수아레스(축구)
'핵 이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우루과이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인터 마이애미)는 불혹에 가까운 38세가 됐지만, 여전히 악동이다.
수아레스는 지난 1일 시애틀 사운더스와 리그스컵 결승에서 패한 뒤 상대 스태프에게 챔을 뱉은 혐의로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 빅토르 하네스쿠(테니스)
하네스쿠는 2010년 윔블던 대회에서 경기 내내 야유에 시달리다가 5세트에 평정을 잃고 관중석에서 조롱하는 팬에게 침을 뱉었다.
당시 그는 먼저 두 세트를 따냈다가 3세트에서 여러 번 매치 포인트를 놓쳐 경기 흐름을 내줬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자 예민하게 행동했고, 일부 관중은 그를 지속해서 야유했다.
결국 하네스쿠는 관중석에 침을 뱉고 고의로 더블 폴트를 연달아 범하고 기권했다.
하네스쿠에게 내려진 징계는 벌금 1만5천달러였다.
빅토르 하네스쿠 |
◇ 터렐 오언스(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와이드리시버 오언스는 2006년 경기 도중 애틀랜타 팰컨스 코너백 디안젤로 홀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이유는 홀의 끊임없는 '트래시 토크'였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그는 NFL 사무국으로부터 3만5천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 로베르토 알로마(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주전 2루수 로베르토 알로마가 침을 뱉은 상대는 다른 팀 선수가 아닌 심판이었다.
알로마는 1996년 시즌 도중 주심 존 허시백이 삼진을 선언한 것에 격분해 항의하다가 침을 뱉었다.
주심에게 항의하며 침을 뱉은 로베르토 알로마(왼쪽) |
알로마는 5경기 출장 정지와 5만달러 기부 징계를 받았다.
이후 두 사람은 화해했고, 알로마는 허시백의 아들을 앗아간 희소 질환인 부신백질이영양증(ALD) 연구 기금을 마련했다.
◇ 찰스 바클리(미국프로농구)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스타 선수였던 바클리는 1991년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한 한 관중에게 침을 뱉었다.
정확한 슈팅이 강점이었던 포워드였으나 침 뱉는 정확도는 형편없었고, 근처에 있던 소녀를 맞히고 말았다.
이후 바클리는 그 사건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었다고 말한다.
분풀이하며 농구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려고 하면서 NBA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로 도약했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