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와 반도체 투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요 글로벌 기술기업 CEO들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했다. 당초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비로 인해 실내로 장소를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업계 인사들과 환담했다. 트럼프는 모두 발언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분명히 IQ가 높은 집단”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그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와 인프라 허가 절차를 행정부가 쉽게 풀어주고 있다”며 업계가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난관을 정부 차원에서 해소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CEO들의 발언은 일제히 대통령의 친기업 기조를 환영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오픈AI 샘 알트먼 CEO는 “친기업적이고 친혁신적인 대통령에 감사한다. 당신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미국이 세계를 오랫동안 이끌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역시 “AI가 전환점에 들어선 지금, 행정부가 업계를 지원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결정적”이라며 지지를 보탰다.
특히 애플 팀 쿡 CEO는 미국 내 6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재차 확인하며 트럼프의 공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를 가능케 한 분위기를 조성해줘 감사하다. 혁신과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는 행정부의 리더십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애플은 미국에 얼마를 투자하느냐”고 재차 묻자, 쿡은 “6000억달러이며 매우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는 “세계가 미국 기술을 신뢰하는 것은 행정부의 정책 덕분”이라고 밝혔고, 오라클 사프라 카츠 CEO는 “당신이 대통령이어서 다행”이라며 극찬을 이어갔다. 엔비디아와 AMD 등 반도체 업계도 이름을 올렸다. AMD 리사 수 CEO는 “단기간에 산업 전반이 가속된 것은 행정부의 지원 덕분”이라고 밝혔으며, 메타 마크 주커버그 CEO는 “자사의 6000억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을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행보를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이날 발언에서 최근 구글의 반독점 소송 판결을 언급했다. 미 법무부가 2020년 제기한 검색 독점 소송에서 연방 판사는 해체 조치 등 중징계를 기각했고, 구글은 가벼운 제재에 그쳤다. 이에 따라 알파벳 시가총액은 단숨에 2300억달러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어제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언급했고, 피차이는 “끝나서 기쁘다”며 “행정부와 건설적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다만 이날 만찬에는 일부 업계 거물의 부재가 눈에 띄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초청 여부조차 불분명했으며, 최근 트럼프와의 갈등과 화해가 반복된 전력이 다시 주목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역시 불참했다. 황은 백악관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선호하며, 중국 내 H20 칩 판매 허가 문제 등 실질적 현안에서 조용히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찬은 단순한 사교적 자리라기보다, 트럼프 행정부와 기술 기업 간 상호 이해를 공고히 한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글로벌 공급망 안정 등 민감한 이슈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업계 리더들이 대통령을 직접 치켜세운 모습은 향후 미국 기술정책의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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