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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초안 꺼낸 민주당…언론단체 “속도전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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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초안 꺼낸 민주당…언론단체 “속도전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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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언론 현업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에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5일 오전 언론 현업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에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유튜브 등에 대해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초안을 5일 공식 발표했다.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보도에 대해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초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 의견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가운데 이뤄진 이날 발표에선 손해배상 규모에 관한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추진 중인 손해배상 규모가 “‘징벌’ 개념엔 못 미친다”고 주장했으나, 언론계 안팎에선 이번 발표를 최대 십수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언론 현업단체는 이번 입법이 권력 감시 보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의적 ‘가짜뉴스’, 최대 15~20배 손배 가능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언개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이날 초안 발표에 이은 기자설명회에서 검토 단계라는 점을 밝힌 뒤 “오보의 기본 손해를 만약에 10원으로 본다라고 하면 10원부터 출발한다. 거기서 ‘고의가 인정되면 5배를 한다’고 하면 곱하기 5를 해서 50이 기본이 되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법원이 ‘파급력이 컸네’, 그러면 여기에 이제 증감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이 증감을 할 때 몇배까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할 수 있다라고만 할 것인가 이것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는 언개특위 내부 논의 결과와 관계 부처 회람 문건 등을 바탕으로 여당이 허위보도의 유형을 ‘고의’와 ‘중과실’로 분류하고, 고의의 경우 ‘기본 손해액 5000만원 이상의 5배’ 수준에서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논의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파급력’에 따라 최대 3배(매체력을 별도의 할증 요건으로 적용하면 최대 4배)까지 추가 증액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최대 15~20배 수준의 손해배상을 전제했다는 얘기다.



이날 언개특위는 기본 손해액의 규모나 배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원·△△원’이나 ‘○배·△배’ 등으로 발표했다. 또 추가 증액 요소로 제시된 파급력은 어떤 기준과 근거로 산정될 것인지도 미지수로 남겨뒀다. 하지만 이날 발표와 기자설명회를 종합하면, 언개특위 초안은 실질적으로 손해액 십수배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안’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언개특위는 현재 시행 중인 23개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다른 법들은 3~5배가 최대치이고 실제 소송에서 인정되는 배액은 2배 이하라는 점을 제시한 뒤 “검토 중인 배액 수준은 이보다 높지만 ‘징벌’ 개념에는 못 미친다. (따라서 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닌 ‘배액 손해배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언개특위는 유튜브를 규제 영역으로 끌어오기 위한 방법으로 언론중재법을 개정해 유튜브 등을 언론으로 규정하는 방식과 아울러,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 동시 개정을 통해 유튜브 등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노종면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노종면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층 남용 우려’엔 “중재위 조정 신청 우선주의”





언개특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대기업과 정치인 등 권력층의 무분별한 ‘입막음 소송’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손배 청구 전에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계에서는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할 경우 대기업과 정치인의 청구권은 배제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언개특위는 권력층의 경우 이른바 ‘배액 손해배상’ 청구 시 반드시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을 먼저 거치도록 하고, 중재위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일반 손해배상’ 소송만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종면 의원은 “‘바이든-날리면’으로 윤석열 정부가 배액 배상을 신청할 경우 언론중재위로 가야 한다. 그런 단계를 두겠다는 것”이라며 “이 제도가 권력의 소송 남용을 부추긴다 거나 배상가액의 높고 낮음이 봉쇄 소송을 부추길 거라는 주장은 비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언개특위는 또 언론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여부’ 등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특위 논의 단계에서도 이를 ‘기타 과제’로 분류했을 뿐, 구체적인 검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언개특위는 “명예훼손죄가 언론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보복 또는 괴롭힘 소송을 막기 위한 법제를 도입하는 등의 종합적인 법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한꺼번에 논의 테이블에 올려 일괄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정치 현실, 국회 입법 구조에 비춰볼 때 비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현업단체, “여당, 법 개정 속도전 멈춰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피디(PD)연합회, 한국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두고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시민의 피해 구제 확대라는 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권력층의 악용 가능성 등에 대한 대안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언론단체 주장이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한국 언론은 그렇지 않아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보도 공정성 심의 등 여러가지 억압적 수단 아래 놓여 있다”며 “시민 피해 구제에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이처럼 큰 틀에서의 논의 없이 언론중재법 개정만 논의한다면 언론인들은 이것을 언론자유 침해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도원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도 “윤석열 대선 후보 검증 보도, 천공과 건진법사의 국정개입 의혹 보도,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보도 등은 당시엔 허위보도 취급을 받았지만 뒤늦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사안들”이라며 “징벌적 배상이 있었다면 이런 의혹 보도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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