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과 6년 만에 회담 “국제 형세 변해도 우호 변치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북-중 정상회담이 4일 6년 만에 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만남은 경색됐던 북-중 관계 개선에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중·조(북한)의 전통적인 우의를 고도로 중시하고 잘 발전시키를 바란다”며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국제 형세가 어떻게 변해도 조·중 간 우호적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관계 심화·발전은 우리의 확고한 의지이다”라고 화답했다. 북-중 양자 회담은 시 주석의 2019년 6월 평양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경제 협력과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각 급의 상호작용을 긴밀히 하고, 각 분야의 실무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김 위원장은 “양국의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중국 쪽이 한반도 문제에서 보여준 공정한 입장을 높이 평가하고 유엔(UN) 등 다자 플랫폼에서 조율을 강화해 쌍방의 공동·근본 이익을 잘 수호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회담을 마친 김 위원장은 한국 시각으로 이날 밤 11시께 베이징역에서 특별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3일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각별한 예우를 받았다. 전승절 행사를 지켜보는 천안문(톈안먼) 성루(망루)에 시 주석을 가운데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옆에 섰다. 김 위원장은 전승절 행사 참석 뒤 푸틴 대통령과 개별 회담을 했으며, 이날 시 주석과도 회담했다. 다만 북·중·러 3자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방포럼 참석을 위해 먼저 귀국했다.

전승절 행사 참석과 정상회담 개최는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의 전환을 보여준다. 2018년 3월~2019년 6월 양국 정상은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때 중국과 북한에서 5차례 회담을 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지만, 이후 만남은 없었다. 코로나19의 유행에 이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북·러 밀착으로 양국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월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재등장은 관계 변화에 마중물이 됐다. 김 위원장은 대화 재개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를 대비해, 중국과 관계 회복을 통해 외교적 자원을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 북한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반미국·반서방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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