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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비용 대라던 트럼프, 폴란드엔 "미군 절대 안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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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비용 대라던 트럼프, 폴란드엔 "미군 절대 안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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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정상회담서 “생각조차 한 적 없어”
러 압박 카드에 국방비 투자도 나토 최고
한미 회담 땐 감축하냐 질문에 답변 피해
해외 재배치 포함 새 방위전략 공개 임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3일 미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3일 미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둔 미군을 절대 빼지 않겠다”고 폴란드에 약속했다. 주둔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하고 국방비를 더 늘리라는 압박과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목적 활용에 동의하라는 요구에만 익숙한 한국은 들어 본 적 없는 말이다.

“폴란드가 원하면 더 많이 주둔”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군이 폴란드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정상회담을 위해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을 부른 그는 “폴란드가 원하면 더 많은 군인을 두겠다”고도 했다. “우리(미국과 폴란드)는 매우 특별한 관계”라며 “폴란드에서 군인을 없앤다(removing)는 생각조차 한 적이 결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방의 안보 공동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폴란드가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나라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우크라이나와 동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에 미군을 배치했다. 이후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고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폴란드 내 미군을 늘렸다. 현재 1만 명가량인 폴란드 내 미군을 증강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카드가 될 수도 있다.

명분 역시 충분하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폴란드가 다른 유럽 나토 국가와 달리 “무임승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토가 파악한 지난해 폴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4.12%)은 나토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올해 목표는 4.7%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내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이 낸 2개 국가 중 하나”라며 “매우 좋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인상 압력에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까지 올리기로 6월 합의했다.

“다른 나라들은 감축·철수 생각 중”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며 함께 웃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그것(미군 감축·철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2만8,500명 규모의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나마 전례를 감안하면 많이 누그러진 태도였다. 집권 1기 때 그는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몫) 인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했다고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2022년 회고록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도 한국이 부유해진 만큼 주한미군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방위전략(NDS) 공개가 임박한 상황이다. NDS는 미국 국방부가 4년 주기로 의회에 제출하는 최상위 국방 전략 지침서로, 해외 미군 재배치 계획도 포함될 전망이다. 중국 억제와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이 뼈대인 해당 문서의 초안이 고위 관계자들에게 회람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워 대북 억지가 본령인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를 위해서도 활용하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4,500명 감축 및 괌 등 인도·태평양 역내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5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적 있다. 한국은 10년 뒤쯤 GDP 3.5%를 목표로 미국 측과 국방비 증액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