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국무회의 9·19복원 강조
“작은실천 조약돌처럼 쌓여야”
자유의 북진 강조 尹정책 폐기
외교부, 동결 → 감축 → 폐기
단계적 北 비핵화 방안 제시
북한, 불가역 핵보유국 주장
“작은실천 조약돌처럼 쌓여야”
자유의 북진 강조 尹정책 폐기
외교부, 동결 → 감축 → 폐기
단계적 北 비핵화 방안 제시
북한, 불가역 핵보유국 주장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시작하며 북한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이나 적대행위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밝힌 데 이어 기존 남북합의의 선제적 이행 방안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외교부는 때맞춰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의 ‘단계적 맞교환’ 방식으로 해석되는 새로운 북핵 접근법을 제시했다.
18일 이 대통령은 을지국무회의에서 확고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하면서도 윤석열 정부 때처럼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이뤄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긴장을 낮추기 위한 발걸음을 꾸준하게 내딛는 용기”라며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에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또 평화의 길도 넓어져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이 대통령,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호영 기자] |
이는 흡수통일 가능성을 열어놓은 윤석열 정부의 ‘8·15 독트린’을 180도 뒤집은 화해·협력 중심의 스탠스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톱다운’ 방식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도 차이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이 앞서 체결했던 합의의 정신을 되살리고, 남측이 먼저 실행할 수 있는 내용은 선제적으로 수행해 신뢰를 쌓아가는 기조를 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지난주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지난 윤석열 정부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기존 남북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직후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하고 확성기 시절을 모두 철거했다. 국가정보원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수십 년간 해왔던 대북 TV·라디오 방송을 멈췄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그러나 이 합의를 둘러싼 정치적·군사적 논란과 절차적 문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이를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 국책연구기관 핵심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려면 작년에 윤석열 정부가 합의의 효력을 전면 중지시켰을 때처럼 국무회의를 통한 심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상공에서 북에서 날려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풍선이 날아가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이나 인도적 지원 확대도 방편이 될 수 있지만, 북측의 호응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재인 정부 때 논의됐던 북한 지역에 대한 개별 관광 허용 문제 역시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보고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동결, 감축, 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도모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비핵화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단계별로 교환하되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면 기존 제지를 되살리는 ‘스냅백’ 방식이다.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불가역적 핵보유’를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북한의 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딜’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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