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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통합' 넥타이 매고 상생 외쳤지만... 정청래·송언석 악수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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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통합' 넥타이 매고 상생 외쳤지만... 정청래·송언석 악수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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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사 왜곡 논란에 두 쪽 난 경축식
이종찬 광복회장 등 참석 '하나 된 광복절'
이 대통령, 송언석과 웃으며 귓속말 대화
국민임명식 참석 요청에 "안 가겠다" 거부
여야 대표 옆자리... 서로 눈길도 안 마주쳐
안철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피켓 시위


이재명(왼쪽) 대통령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대통령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계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두 쪽으로 갈라졌던 지난해와 달리, 모든 독립단체가 한데 모여 광복의 뜻을 기렸다. 이재명 대통령도 '통합'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당부가 무색하게 여야 대표는 나란히 옆에 앉아놓고도 악수는커녕 눈길 한번 마주치지 않고 돌아섰다.

이 대통령, 빨강 파랑 흰색 넥타이 착용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축식 행사에 빨간색·파란색·흰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입장했다. 지난 취임식 때도 착용했던 넥타이로 '통합'을 상징하는 의미가 담겼다. 단상에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태극기 80개가 설치됐고, 독립유공자 후손 80명이 앉아 자리를 빛냈다.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던 이종찬 광복회장도 이날은 함께했다. 이 회장은 기념사에서 "지난해 오늘 광복회는 독립투쟁의 의미를 훼손하는 지난 정부에 항의하여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가졌다"며 "그 외침에 공명한 민주 시민의 함성 속에 역사의 발걸음은 바른길에 들어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독은 독립유공자 후손이나 국위 선양을 한 스포츠 선수들이 아닌 배우 조진웅이 맡았다. 조진웅은 최근까지 12·3 불법계엄을 공개 비판한 인물로,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국내 봉환 때 국민특사로 동행했던 점을 감안해 이날 무대에 섰다.

정치권에선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장에 입장하며 좌석 배치 순서에 따라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차례로 악수했다. 특히 송 비대위원장과 악수할 땐 활짝 웃으며, 7초가량 귓속말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두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건 지난 6월 26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처음이다.

안철수·대통령실 '경호처 제지 공방'도



이재명(맨 앞줄 오른쪽)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1인 시위 중인 안철수(셋째 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맨 앞줄 오른쪽)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1인 시위 중인 안철수(셋째 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신경전도 상당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국민임명식에 오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오늘 저녁 행사에도 좀 오시죠'라고 했지만, '저희는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날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이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 경축사 때도 혼자 박수를 치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경축식에서 옆자리에 앉은 정 대표를 겨냥해 "(나를) 쳐다보지도 않더라"며 "악수도, 대화도 못 했다. 저도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정 대표는 내란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며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악수를 거부해왔는데, 실제 만남에서조차 눈길 한 번 주고받지 않은 것이다. 두 사람은 경축식 내내 서로 앞만 쳐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축식에선 현수막 시위도 등장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시작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항의에 나섰다. 안 의원 측은 "(대통령) 경호처의 제지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들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실은 경호처가 별도의 제지를 가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