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논술] 2013학년도 홍익대학교 수시 1차 논술 <상>

한국일보

[문제1] 제시문 [가]~[라]에는 '변화'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 각 제시문에서 변화를 겪는 주체가 변화에 대하여 보이는 태도나 대응 방식을 논하시오. (700±100자)

[제시문 가]

네, 기자님, 오랜만이에요. 시크릿 성형 카페 사건 이후 그 어떤 매체의 인터뷰도 응하지 않은 제가 기자님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요? 음……, 저번 인터뷰 때에는 몰랐던 것들을 말하고 싶어서일 거예요. 아마. 물론 여전히 여자에게 외모는 생명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들어 제 직업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신중히 고민하고 또 고민한 그녀들이, 자신의 생명을 저에게 맡기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예전에는 더 아름다워져야만 성공한 성형수술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아시죠? 예쁜 색들을 다 섞어놓으면 결국 진흙색이 되는 것처럼, 각각 완벽한 눈, 코, 입을 조합해 새로운 얼굴을 만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조화라고 생각해요. 성형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얼굴에 조화를 찾는 과정이에요.

몸과 얼굴의 조화는 이해하겠는데, 마음은 왜 포함돼 있냐고요? 음, '얼굴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 아시죠? 그래서 이마가 좁으면 마음까지 좁은 사람으로, 눈이 자그마하면 시야마저 좁은 사람으로, 튀어나온 볼 때문에 욕심 많은 사람으로, 지나친 크기의 가슴으로 인해 가벼워 보이는 사람으로 오해를 사고는 하죠.

그런데 타인에게 받는 그런 오해들 때문에 수술을 한 후, 눈이 커졌으니 더욱 시야를 넓게, 이마가 넓어졌으니 마음 또한 넓게 가지려 노력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저는 이 경우를 '능동적인 성형'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마음과 얼굴, 모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니까요. 반대로 자신의 얼굴과 마음의 조화로움을 찾지 않고 오로지 얼굴만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갇혀 타인의 시선에 종속된 그녀들에게 나타나는 '수동적인 성형'은 결국 중독과 부작용이라는 결과를 낳아요.

그러니까 행복한 성형이란…. 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부족한 어느 부분을 메움으로써 조화를 얻고, 그에 따라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얻게 도와주는 것. 그러니까 어찌 보면 성형은 21세기 과학이 여성들에게 선물한 일종의 무기라고 볼 수도 있어요. 무기의 남용이 끔찍한 결과를 부르듯 성형의 남용 또한 같고요. 남용과 중독은 행복과 반비례하죠.

[제시문 나]

렘브란트 자화상 속의 인물들은, 적어도 말년의 자화상들은 으스대지 않고, 이들의 옷차림은 고귀하지도 않다. 눈빛은 도전적이지 않고 그 무엇을 욕구하는 것도 아니다. 단순하고 직접적이고 생생하면서, 급기야 이런 생생함으로부터도 그의 이미지는 멀어지는 듯하다. 얼굴의 무수한 주름과 성겨가는 머리숱, 죽음이 가까워오면 눈빛마저 공허해진다. 턱은 두세겹으로 겹쳐지고 눈은 처지며, 뺨은 함몰되고 이는 차츰 내려앉는다. 잇몸 속이, 이뿌리의 살이 이미 썩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마와 눈썹, 눈동자와 코, 코의 잔등, 뺨과 턱의 윤곽은 희미해져간다. 마침내 머리와 어깨의 선마저 허물어져 그림 속 인물은 알 수 없는 형체가 된다. 그림자 같은 이 형체는 곧 하나의 선이나 점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그것은 무대 앞에서 그 뒤로, 그 배경으로, 저 너머의 거리와 언덕으로 흩어지고 날아갈 것이다. 밤하늘의 별마저 때가 되면 먼지로 삭아가지 않는가.

생애의 막바지 무렵 사물은 렘브란트에게 점차 희미하게 드러났고, 이 희미한 윤곽은 기억의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더욱 바래져갔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것인지도 몰랐다. 형태도, 이 형태에 대한 기억도, 이런 기억의 소멸마저 그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는 '그림을 살면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몰두는 그에게 어떤 응전의 방식—삶과 세계의 소멸에 대한 그 나름의 항의 방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렘브란트는 바스라지기 쉬운 인간 육체와, 이런 육체에도 인간성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차원을 미화 없이 묘파해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나는 다시 그의 자화상을 떠올린다. 노인 렘브란트는 아직 웃고 있다. 구부정한 모습으로 그는 아이처럼 내게 미소 짓는다. 옷깃의 색채는 거칠고, 눈과 코와 이마와 턱과 뺨도, 사물처럼 주변과 어울린다. 거기엔 어떠한 작위도, 어떤 맹세나 의도도 없어 보인다. 그는 하나의 이미지이되 둘러싼 어둠의 일부처럼 보인다. 그래서 색채는 그의 현존 속으로 배어들고, 이 현존은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듯하다. 이제 색채와 인물, 사람과 사물, 형상과 주변은 구분되지 않는다. 이 무경계적 저편으로 노인은, 훅 불면, 사라져버릴 것 같다. 언제라도 등을 돌리며 떠나버릴 것 같다. 지금 넌 뭘 하고 있느냐. 나는 죄다 잊었노라. 주변의 소음도, 색깔의 구분도, 이편의 삶과 저편의 죽음마저.

[제시문 다]

떼?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굳게 뿌리내린 보편적인 관습과 미신은 머리카락을 땋고 돌돌 말아서 동곳을 꽂아 상투를 트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머리칼로 된 주춧돌처럼 조선의 사회와 정치, 문화의 중심을 이룬다. 이 풍습은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서, 역사 기록과 그림, 그리고 시가와 설화들에 따르면, 이 나라가 생겨났던 그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상투를 틀지 않은 사람은 어른 행세를 못하고 존댓말도 듣지 못하며 정중한 대접도 못 받는다. 상투를 튼 뒤에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집안의 한남자로서의 권위와 의무가 생기며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는 데에도 한몫을 하게 된다. 조상들은 그를 식구의 한 사람, 곧 자기들에게 존경심을 나타내고 또 자기들이 보호하고 축복해야 할 식구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단발령은 이와 같은 오랜 전통을 무시하고 조선의 모든 남자들에게 머리를 깎도록 강요했다. 조선 사람들은 일찍이 성년이 될 때에 겪었던 우아한 의식의 기억들, 명예로운 집안의 전통, 조상님들의 분노와 불쾌감, 철석같이 지켜온 오랜 관습, 이 모든 것들 때문에 머리를 깎는 그 모욕적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긍지와 자존심과 위엄은 모두 빼앗겨 발아래 짓밟혔다. 어디에서나 잔뜩 찌푸린 성난 얼굴들이 보였고 집집마다 통곡 소리와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심하게 울부짖었다. 성문에는 파수꾼이 지키고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의 상투를 칼로 잘라냈기 때문에 농부들과 장작 배달꾼들은 물건을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큰 길거리마다 관리들과 군인들이 진을 치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상투를 잘랐다. 비통하게 울부짖고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 일은 이 나라의 바로 한복판에 뜨거운 분노를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조선 사람들이 외세에 대해품고 있던 증오심을 더욱 거세게 했다. 우리 몇몇 선교사들은 조선 사람의 처지에 서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칼에서 보호하려고 우리 숙소에 머물게 했다. 지방에서는 동학당이 다시 일어섰고 여러 마을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시골로 내려갔던 몇몇 상투 자른 관리들은 성난 백성들에게 쫓겨 왔다. 봉기한 백성들은 그들을 관리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실제로 몇몇을 죽이기도 했다. 관아는 부서졌고 군인들은 무력해서 혼란을 진압할 수가 없었다.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았다.

[제시문 라]

겨울이 가고 봄이 왔어요. 어미닭 한 마리가 병아리 열두 마리를 데리고 지나가다 강아지 똥을 들여다봤어요. "암만 봐도 먹을만한 건 아무것도 없어. 모두 찌꺼기뿐이야." 어미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냥 가버렸어요. 보슬보슬 봄비가 내렸어요.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어요.

"너는 뭐니?" 강아지똥이 물었어요.

"난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야."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아지똥은 민들레가 부러워 한숨이 나왔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필요한 게 있어." 민들레가 말하면서 강아지똥을 봤어요.

"…."

"네가 거름이 돼줘야 한단다."

"내가 거름이 되다니?"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에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어머나! 그러니? 정말 그러니?" 강아지똥은 얼마나 기뻤던지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버렸어요.

비는 사흘 동안 내렸어요. 강아지똥은 온몸이 비에 맞아 자디잘게 부서졌어요. 부서진 채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어요.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어요.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

■ 예시답안

성형·노화·단발령·거름… 네 원인에 따른 신체·정신적 변화 드러나

네 제시문에는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변화에 대한 서로 다른 태도가 나타난다. 제시문 (가)에서 여성은 성형으로 외모를 바꿈으로써 외모와 마음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이 경우 여성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성형으로 극복하고 행복을 얻기 때문에 '능동적 성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외모와 마음의 조화를 추구하지 않고 외모에만 신경을 쓰는 '수동적 성형'은 성형의 중독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런데 얼굴이 변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성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제시문 (나)의 렘브란트는 노화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데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렘브란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에게 노화와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제시문 (다)에서는 조선인들이 겪는 정신적 변화가 나타난다. (다)에서 조선인들에게 단발령은 일본에게 민족의 고유한 정신이 담긴 관습을 부정당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무시당하는 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인들의 외세에 대한 경계심은 더 커지게 되었고 무력행위로 이어졌다.

제시문 (라)에서 똥은 거름으로 변하면서 무의미한 존재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똥은 거름이 되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김정한ㆍ서울 광남고 3학년

■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변화 잘 표현했지만 문제가 요구한 대응 태도와 방식은 거론 안돼


홍익대 논술고사 문제는 총 3문항이다. 제시문이 많고, 해당학과 또는 단과대학에 따라 문항별 배점이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문과대학, 사범대학, 예술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에게는 배점이 2배나 높은 1번 문항의 경우 해당 지원자는 다른 문제보다 더 잘 풀어야 한다. 답안은 각 문항별로 700±100자를 쓰도록 해 600~800자를 쓰면 된다. 최대한 800자 가까이 쓰는 게 좋다.

이 문제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한 신체의 인위적인 변형인 성형에 대한 화자의 생각, 렘브란트가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신체와 정신의 자연적 변화 과정인 노화, 조선시대 신체의 강제적인 타율적 변형으로서 단발, 그리고 강아지똥의 신체의 자기 의지적 소멸로서의 희생을 다룬 제시문 (가)~(라)에 나타난 변화에 대한 주체의 태도를 섬세하게 읽어내는 능력을 평가하고자 한다. 지문들은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동화에서부터 소설, 그리고 외국인이 애국계몽기 한국의 현상을 보고 쓴 글, 그림을 해설한 글 등과 같이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면 쉽게 읽어낼 수 있는 글들을 선택했다.

이 변화를 잘 독해하고 잘 표현한 답안이지만 각 제시문에서 변화를 겪는 주체가 변화에 대해 보이는 태도나 대응 방식을 논하라는 요구사항은 지키지 않았다. 제시문 (가)에서는 화자가 신체의 성형에 대해 대응하는 태도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가 나타난다. 또한 제시문 (나)에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의 자연적인 변화인 노화에 대해 렘브란트는 초월적인 태도를 보인다. 렘브란트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몰두할 뿐이며 노화와 더 나아가 죽음까지 초월한 태도를 보여준다. 제시문 (다)에서는 신체의 강제적 변화가 나타난다. (다)의 조선인들에게 상투를 잘리는 일은 민족의 정신이 담긴 관습을 부정당하는 것이었다. 이에 조선인들은 강제적으로 노화와 더 나아가 죽음까지 초월한 태도를 보여준다. 상투를 강요하는 외부의 압력에 분노하고 폭력을 수반한 저항적 태도를 보인다. 반면 제시문 (라)에서 강아지똥은 자발적 의지로 소멸되면서 거름으로 변한다. 똥은 소멸을 통해 무의미한 존재에서 의미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이는 똥의 소멸에 대한 자부심과 기꺼이 희생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고로 소멸이라는 변화에 자발적 희생이라는 적극적인 대응 태도가 나타나 있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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