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과 함께하는 실전논술] 2014학년도 서강대 모의논술 기출문제 <하>

한국일보

주: 인간개발지수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매년 각국의 교육수준과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조사하여 인간개발 성취정도를 평가한 지수로, 국가별 삶의 질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순위차는 1인당 GDP 순위에서 인간개발지수 순위를 뺀 값이다. <고등학교사회> 교과서


[문제] [다]의 표를 활용하여 제시문 [가]와 [나]의 주장을 비교 대조하고, [라], [마]의 제시문과 [바]의 그래프를 토대로 영국 산업혁명 후기 삶의 질에 대해 추론하라.(1,300~1,500자, 60% 배점)

[제시문 가]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조건이 필수적이다. 즉,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제 조건은 경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가 가능해져 국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룩해 왔다. 경제 성장은 우리의 절대적 빈곤을 줄여 주었으며, 평균 수명과 여가 기회를 늘리고 상급학교 진학률을 높이는 등 물질적인 발전을 이루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 일반적으로 1인당 국내 총생산이 높을수록 평균 수명과 문자 해독률이 높게 나타나며, 영아 사망률과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제시문 나]

국내 총생산은 한 나라의 경제 활동 수준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긴 하지만,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느끼는 생활 수준과 차이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주부의 가사 노동이다. 주부가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내 총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장 가치를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옷을 세탁소에 맡기고 외식을 하고, 놀이방에 아이를 보내는 것은 국내 총생산에 포함된다. 또한, 시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음성적 거래를 뜻하는 지하 경제도 국내 총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다가 환경 오염 발생이나, 범죄, 교통사고와 같이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국내 총생산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국내 총생산은 그 나라의 복지 후생 수준을 나타내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제시문 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와 관련 지표 비교

[제시문 라]

최근에는 생물학적 자료인 신체적 척도, 특히 연령별 신장(height) 기록 등도 삶의 질을 측정하는 자료로 쓰인다. 인체성장학의 진보에 따라 영양 상태와 Х??신장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하층민이나 공장 근로자의 복지 지표로서 역사적으로 신장 기록이 분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신체 발달은 성년이 될 때까지 환경적, 사회경제적 요인, 그리고 영양 섭취에서 기초 대사, 노동, 질병에 따른 소모분을 뺀 '순영양'에 의해 결정된다. 발육기에 순영양이 부족하면 키가 성장하는 시기를 늦춘다. 심하면 성년이 되어도 단신으로 머문다. 영양 부족 상태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했다면 성장기가 끝난 연령이 되어도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키가 자란다. 영양 상태는 식생활의 내용뿐 아니라 육체적 노동의 강도, 기후 환경, 질병에의 노출 정도를 반영한다. 따라서 연령별 신장과 체중, 신장의 연령별 성장속도, 성인이 되었을 때의 신장 등을 측정하면 특정 인구집단의 평균적인 영양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도 이를 삶의 질의 한 척도로 이용한다. 양동휴, <경제사 산책>

[제시문 마]

올리버 트위스트의 아홉 번째 생일에 우리는 창백하고 홀쭉하고 다소 키가 작은 편이며 몸둘레를 재면 분명 얼마 안 될 그런 아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타고 났는지 아니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는지, 올리버의 가슴에는 억세고 건장한 정신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공공기관의 미비한 식단 덕택에 그의 기백은 몸 속에서 퍼져나갈 자리가 충분했는데, 아마 그가 아홉 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도 이러한 사정에 기인하지 않았는가 생각할 수 있다. 여하튼 이날은 그가 아홉 살 되는 날이었고, 그는 다른 두 명의 어린 신사와 함께 지하 연탄광에 갇혀 생일을 보내고 있었으니, 이들은 감히 흉악하게도 배가 고프다고 한 죄로 올리버와 함께 실컷 매질을 당한 후 수감 중이었다. 찰스 디킨즈, <올리버 트위스트>

[제시문 바] 영국 산업혁명 후기(1800~1855년)의 실질임금과 성인남성 평균 신장의 추이

[예시 답안]
경제발전과 삶의 질 관계, [다] 근거로 [가]·[나] 주장은 논지에 한계


제시문(가)와 제시문(나)는 경제발전과 삶의 질이 비례하는가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제시문(가)는 경제 발전의 정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물질적 조건이 보장되면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가 향상되어 더 큰 삶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제시문(다)의 표에서 찾을 수 있다. 표를 보면 홍콩을 제외하면 1인당 GDP의 순위가 인간개발지수 순위와 비슷하다. GDP의 순위 또한 노르웨이가 제시된 나라들 중 1위이며 순서대로 내려가 니제르가 마지막을 차지한다. 또한 성인 문자 해독률, 총 취학률 또한 드물게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순위일수록 높으며, 순위의 격차가 클수록 위 항목들의 차이도 커진다. 이러한 근거를 통해 경제가 발달된 나라일수록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제시문(나)는 제시문(가)와 상반되게 경제발전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내 총생산은 거시적인 통계자료로 이는 실제적인 항목들을 반영하지 못한다. 경제활동 중에서는 금전적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항목들은 국내 총생산에서 제외된다. 또한 경제발전에 대한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을 낳아 인간의 삶의 질을 하락시킨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제시문(다)에서 나타난 예외적 지표들에서 찾을 수 있다. 표(다)의 홍콩은 1인당 GDP 순위는 11위로 제시된 나라들 중 2위이다. 하지만 인간개발지수는 GDP 26위인 일본 아래로 24위를 차지한다. 또한 평균수명을 보면 순위와 달리 1위인 노르웨이부터 24위인 홍콩 사이에서 순위가 낮을수록 평균 수명은 높다. 한국도 1인당 GDP를 비교해보면 위의 나라들보다 한참 낮지만 총 취학률에서는 1위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근거를 통해 경제발전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논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라)에서는 육체적 노동의 강도, 질병에의 노출 정도를 반영하는 영양상태와 연령별 신장이 관계가 있다고 말하며 이를 통해 신장과 체중 등을 측정하여 집단의 영양 상태를 알아보고 이러한 결과를 삶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한다. 또한 제시문(바)에 나타난 표는 산업혁명 후기의 임금과 신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표를 보면 임금은 갈수록 상승하고, 신장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노동의 강도가 가중되어 전보다 임금은 상승하지만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신장이 작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 후기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제시문(마)의 올리버 트위스트 또한 아홉 살이지만 그 나이의 적합한 평균신장에 못 미치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며 매질 속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내용들을 근거로 이 시기 영국 국민들의 삶의 질은 매우 낮았을 것이라고 추론해볼 수 있다.

김지수ㆍ서울 국제고 3학년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2가지 해석 가능한 표 분석력 적절… 제시문 연결도 자연스러워


2번 문항은 최대 1,200자까지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준다. 더군다나 비교하기와 자료해석하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하나의 가능성 있는 사실을 유추하여 제시해야 하는 것까지 요구사항이 다채롭다. 다만 다채로운 요구사항 때문에 글자 수를 채우기는 오히려 쉬워졌다는 점이 역설적이기는 하다.

이 문제에 대한 답안 작성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의 표 해석이 관건이다. 표에서는 1인당 GDP가 물질적인 삶의 질을 잘 반영한다는 제시문(가)의 내용과 부합하지만 건강, 교육 등의 측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시문(나)의 내용과 부합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1인당 GDP가 삶의 질의 다양한 측면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면 인간개발지수와의 '순위차'는 0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에서 일부 국가는 1인당 GDP 순위가 인간개발지수의 순위보다 훨씬 높고, 일부 국가는 반대의 경우임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산업혁명 후기의 삶의 질에 대한 추론을 위해 우선 (바)에서 제시한 그래프를 살펴보자. 이 그래프상 1800~1855년 사이 실질임금은 증가하였으므로 영국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물질적인 삶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향상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 남성의 평균 신장 추이로 평가할 때에는 영국 산업혁명 이후 사람들의 삶의 질은 하락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제시문(마)에 나온 주인공 올리버를 통해서는 영국 산업혁명 당시 아이들이 육체적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림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라)에서 제시한 신장이 어린 시절의 영양결핍, 아동노동 그리고 질병환경에의 노출 정도를 보여준다고 했으니 산업혁명 후기 성인 남성 평균 신장의 하락은 어려서부터의 과도한 노동과 영양 결핍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성인 평균 신장으로 평가할 때 영국 산업혁명 동안 개인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하락하고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 답안은 이런 취지에 아주 적합한 답안이라고 평가?수 있다. 표에서 반드시 찾아내야 했던 내용을 통해 물질적 삶의 수준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가)와 (나)를 아주 적합하게 비교하고 있으며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영국 산업혁명 이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잘 연결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단락에서 실질적인 임금 상승이 평균적이고 전반적인 물질적 삶의 수준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과도한 노동만이 가중되었을 것이라는 점으로만 연결한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답안은 모자람 없이 대학교의 출제 취지에 맞춰 훌륭하게 작성한 답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한국일보

주: 실질임금은 1751년을 100으로 설정한 지수 값이다. 신장은 24~29세 성인남성의 평균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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