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과 함께 하는 실전논술] 2013 성균관대 수시 2차 논술 기출문제 <하>

한국일보

[문제2] <자료 1>을 해석하고, 그 해석을 활용하여 [문제 1]의 두 입장 중 하나를 옹호하시오. (25점)

<제시문 1>

다른 사람과 견주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인 듯하다. 고대 이래로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경쟁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좋은 다툼'과 '나쁜 다툼'을 구별했다. 이러한 구별의 근거는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의 시에서 찾을 수 있다. '좋은 다툼'을 그리스어로 '아가토스 에리스(agathos eris)'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헤시오도스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남이 잘사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일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치므로

부지런히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집을 짓는다.

이웃과 이웃이 부를 향해 함께 달린다.

이러한 에리스는 인간에게 이롭다.

대장장이는 대장장이끼리, 미장이는 미장이끼리 겨루고

거지는 다른 거지를, 가수는 다른 가수를 시샘한다.

이 시에는 인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히 나타나 있다. 인간은 대장장이끼리 또는 미장이끼리 벌이는 실력경쟁을 좋아한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대장장이는 다른 대장장이보다 더 훌륭한 가재도구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하고, 미장이는 다른 미장이보다 더 좋은 집을 지으려고 애쓴다. 그리하여 전체적인 효율성은 증가한다.

<제시문 2>

가난의 악순환을 탈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가난한 지역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수세대 전 가난한 지역에 모여 살았던 사람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지리와 역사는 운명이며 탈출할 수 없는 '덫'이다. 성적 불평등과 인종적 불평등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흑인들은 가난한 흑인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나서 흑인 거주 지역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성들은 여성 가족에서 태어나 여성들만 모인 지역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흑인들은 여성들과는 달리 부모로부터 가난과 거주지 등에 따른 불이익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흑인지역에 살고 있는 흑인 남성을 예로 들어 보자. 통계적으로 볼 때 그에게 행운이 따를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대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이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지역에서 횡행하는 범죄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전염될지 모른다. 어쩌면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의욕 부진에 시달릴지 모른다. 그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친구들로부터 조롱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슬럼가 밖의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맥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고용주들이 만들어낸 차별의 희생양이 되어 취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할지 모른다. 결국 이러한 사회이동의 어려움은 그 사회의 낮은 형평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제시문 3>

시장에서 재화나 용역의 가격이 형성되면 그 가격은 생산자나 소비자들에 대한 신호의 역할을 한다. 가령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그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것은 첫째 소비자에 대하여 이 재화를 덜 사용하고 그 대체물을 더 많이 사용하라는 신호가 되며, 둘째 생산자들에 대해서는 이 재화의 생산을 늘리라는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경쟁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는 재화의 가격은 각 경제 주체가 그들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지표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각 경제 주체는 이 가격의 움직임에 의하여 그 행동을 조정한다. 소비자가 이 신호에 따라 행동하면 효용이 늘 것이며, 생산자가 이 신호에 따라 움직이면 이윤이 늘어서 결국 국민의 복지와 소득이 극대화될 것이다. 그런데 지표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격은 그것이 경쟁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건, 혹은 정부 관리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건 간에 언제나 자원 배분의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가격이 경쟁에 의하여 결정되는 경우에는 가격이 기회비용을 반영하므로 그 가격이 발하는 신호가 합리적이고 따라서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하여,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의 경우에는 기회비용을 반영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이와 같은 가격이 발하는 신호는 비합리적이다. 그리하여 이런 상황에서 소비나 생산이 이루어질 경우 자원의 배분이 비효율적이 된다.

<제시문 4>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기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개념을 계속 들먹인다. 만일 개발도상국들이 사용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허용한다면 부자 나라들은 평평하지 않은 경기장의 낮은 쪽에서 높은 쪽을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고생을 해야 하는데, 개발도상국들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을 향해 내리달리면서 공격을 하는 축구팀이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을 하게 하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근본적으로는 경쟁이 공정할 때에만 시장이 주는 혜택을 수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기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누가 들어도 지당한 개념을 들먹인다면 감히 누가 이의를 제기?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이의를 제기한다. 이는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 선수들이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수준이 비슷하지 않은데 경기장이 평평하다면 결국 그 게임은 불공정한 것이 된다. 축구경기를 하는 한 편이 브라질 국가 대표팀이고, 상대편은 열한 살 먹은 내 딸의 친구들로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여자아이들이 아래쪽을 향하여 내리달리며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5>

기후변화협약의 핵심 쟁점은 온실가스 방출량을 삭감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목표의 설정 여부이다. 이미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형성된 유럽연합은 강력한 규제를 원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과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여기에 반대한다. 개발도상국가들이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자는 기후변화협약에 반대하며 선진국에게 '기후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문제이지만, 그 원인인 탄소 배출은 사실상 몇 나라만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혼자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상위 10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치면 전체의 60%를 훌쩍 넘긴다. 인구를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개발도상국가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탄소 방출량은 7%에 그친다. 선진국이 일찍이 개발을 하면서 내뿜은 온실가스는 고스란히 공기 속에 누적돼 있다. 이것이 바로 개발도상국가들이 '역사적 책임'을 묻는 이유이다.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전세계 16억명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동안, 미국 플로리다의 에어컨 1대는 1년 동안 캄보디아 사람이 평생 내보내는 양의 탄소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시 답안]
자료1, 사회적 가치 '형평성' 지지하는 제시문 2·4·5 뒷받침에 부합


<자료1>은 소득이 균등한 정도와 한 사회 내 이동 가능성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변화함을 보여준다. 이때 각 기둥의 국가들은 유사한 경제 발전 단계에 있다고 보는 조건에 따라 <제시문 5>에 나타난 국가 간의 수준 차이는 무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득 균등과 사회 이동의 두 가지 요소만을 고려해 보면, <자료 1>의 그래프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소득균등과 사회이동이 '상' 수준으로 높아질수록, 사회의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소득균등과 사회이동이 '하' 수준으로 갈수록 경젱성장률이 낮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즉, 개인의 소득이 높고 사회이동이 자유로울수록 전체적인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1>은 형평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지하는 <제시문2>, <제시문4>, <제시문5>를 뒷받침한다. <자료1>에서의 사회이동 가능성 여부는 <제시문2>의 사회이동과 관련한 형평성에 부합한다. 이는 곧 사회이동 가능성이 높을수록 형평성이 보장됨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자료1>의 소득균등 여부는 <제시문4>의 개인간 수준 차이에 부합한다. 소득균등 정도가 비슷할수록 한 사회의 형평성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자료 1>에서 보듯이 사회 이동 가능성과 소득 균등 정도가 높아 형평성이 증가할수록 경제성장률은 증가한다. 즉, 형평성의 증가가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성의 증가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제시문 1>의 주장처럼 소득 균등 정도가 낮아 개인들 간의 격차가 증가한 점을 경쟁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경제성장률 증가의 결과가 사회적 효율성이 증가되어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료 1>은 그와 반대되는 결과를 보여 주기에 <제시문 2, 4, 5>의 주장처럼 형평성이 더 바람직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효율성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바람직한 가치라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료1>은 형평성을 지지하는 제시문 <2, 4, 5>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김다빈ㆍ서울 명지고 졸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까다로운 X·Y·Z축 그래프 조건 제시 돋보이고 자료 활용한 논증도 적절


성균관대의 논술 시험에서는 자료 해석을 중시한다. 그런데 이 문제의 그래프는 지금까지의 그래프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축이 3개라는 점이다. X축과 Y축을 중심으로 한 그래프는 많았지만 Z축까지 주어진 그래프는 처음 제시된 그래프이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자료를 해석하기 이전에 앞서서 조건을 상세하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 조건을 활용하면 그래프의 한 개의 축은 무시해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각 축은 소득균등, 경제성장률, 사회이동 이 세 가지로 나타난다. 즉, 각 기둥들은 유사한 경제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낸다고 한 조건으로 인해 소득 균등 정도와 사회 이동 가능성의 두 가지 요소만 고려하여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높다와 낮다만 판단하면 되는 痼甄?

학생들이 그 점을 활용했다면 쉽게 자료를 분석한 후에 학교가 의도하는 해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 답안도 이 점을 고려하여 작성한 답안이라는 점에서 뛰어난 답안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1>의 정체성 즉, 무엇을 알아보려는 자료인지부터 설명하는 문장부터 시작하여 <자료 1>의 각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문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아주 꼼꼼하게 작성한 문장들의 연결이 돋보이는 답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자료 1>이 형평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효율성을 설명하는 제시문들의 근거도 함께 활용하고 있는 점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효율성의 근거들이 <자료 1>을 설명하는 데에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부연하여 자신의 논증을 더욱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점이 뛰어난 점이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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