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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낙연 쏘아올린 '이익공유제 뭐길래'…부글부글 끓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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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부와 재계에서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위헌 행위라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내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민간 기업이 거부하기는 어려워 사실상 강제성이 있다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또 자발성을 이유로 위헌 시비를 회피하더라도 '관제 기부'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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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침해, 배임, 이익 산정 불명확" 곳곳이 지뢰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한 이른바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향후 기업 경영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 자료를 통해 이익공유제는 ▲이익 산정의 불명확 ▲주주의 형평성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 ▲성장 유인 약화 등 5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익공유제의 당위성은 코로나19로 인한 이익 증가가 명확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성과를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19 수혜 기업 대상과 코로나19로 인한 손익 산정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의 손익은 코로나19라는 상황 외에도 세계 경기, 제품의 경쟁력, 마케팅 역량, 시장 트렌드 변화, 업황, 환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각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인지 다른 요인으로 인해 결정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수혜 기업이라도 자발적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마케팅 등 자구 노력이 뒤따른 결과를 놓고 단순히 경영 환경적 요소만 고려해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익공유의 대상으로는 반도체·가전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비대면 기업이 거론된다. 전경련은 전자 업종의 예를 들면서 이들이 미래를 대비한 설비 투자, 연구개발(R&D)을 선행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는커녕 경쟁에서 도태됐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국내 대표 IT 기업의 경우 매출은 역성장하지만 R&D 투자 증가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 증가세는 코로나19 발병 이전부터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이라는 유통 트렌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특수만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으나 기업과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제도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이미 상생협력법에 근거를 두고 대기업이 널리 시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는 신제품 개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대기업과 협력 기업의 공동협력으로 인한 성과를 나누는 제도다. 반면 이번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득을 보는 대기업·비대면·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공유하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는 기업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잔여수익에 대한 청구권자, 즉 생산에 필요한 투입요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난 후 남은 순이익을 가질 수 있는 주체다. 전경련은 "배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업이익의 일부가 해당 기업과 관련 없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수혜 기업이라도 이익을 창출한 주체는 기업이며, 그 이익의 향유 주체가 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혜 기업의 이익 창출과 무관한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최근 다중대표소송제, 소수주주권 강화 등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제도가 다수 도입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한 의도라도 기업의 이익을 임의로 나눌 경우 경영진은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서는 이사가 기부 행위를 결의할 때 기부금 성격, 회사 목적과 공익에 미치는 영향, 액수의 상당성, 회사와 기부 상대방의 관계 등의 조건 모두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으면 관리자 의무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익공유제 뭐길래'…재계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반대 의견

"코로나19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일부 이익을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할 만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화두를 던진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를 도입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업종이나 계층 간 사회적 불평등이 커지는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으니 이를 해소해 사회·경제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 정쟁화 움직임을 보이자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들이 이익공유제 관련 법을 국회에 내놨다"며 "소관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을 신속히 심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이익공유제를 제안하면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 후원자로서 정부, 플랫폼 중심 등 3가지의 원칙을 강조했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면 정부는 자율적 상생협력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재원 기반 사회적 펀드를 조성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여당의 그림은 배달의 민족 등 일부 플랫폼 기업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읽히고 있다. 대기업 재원을 기반으로 사회적 펀드를 조성하려는 구상도 대기업에서는 기부를 종용하는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발적 참여는 위헌성을 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사실상 기부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산업연합포럼 측은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피해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역할임에도 이를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며 제도 자체의 위헌성이 다분하다"면서 철회를 건의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익공유제라는 게 어떤 정신인가'를 묻는 질문에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상생,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생 등 상생 정신엔 적극 찬성하지만,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연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경우에 따라선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듭 실패로 한계 드러낸 이익공유제…재계 "투자·고용 재원 감소"

이익공유제는 재계 입장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 같은 존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자 증세 논란과 함께 재등장을 반복한 게 이익공유제다. 2004년 성과공유제,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2012년 협력이익배분제, 2018년 협력이익공유제 등 이름만 바꿨을 뿐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공유하자는 맥락은 그대로다. 대다수가 제도 도입이나 안착에 실패했다.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중앙부처 내에도 이견이 많다. 한 부처에서는 현재 법제화 단계에 멈춰 있는 협력이익공유제를 검토할 당시 특정 프로젝트 단위의 현금성 이익으로 한정해 사전 약정했을 때만 도입이 가능하다는 보수적 입장을 냈다. 대기업 전체 영업이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는 시행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재계는 이익공유제가 기업의 이윤 추구와 혁신 유인을 약화할 수 있다고 봤다. 사실상 강제적 이익 환수 방식은 기업의 이윤 추구 동기를 위축시키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미제스는 저서 사회주의에서 이익공유 제도가 시장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사회주의적 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외국 기업과의 역차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번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선두인 넷플릭스 등 관련 외국 기업은 빼고 국내 기업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국제적인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업계는 광고비 환원, 수수료 감면, 기술 지원 등 자율적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활동을 추진해 왔다. 추가로 이익공유제를 추진할 경우 국내 기업에 한정된 준조세처럼 작용해 외국 기업과 다른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기존에 자율적으로 추진해오던 상생 활동이 위축되거나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일률적인 방식으로 트레이드 오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현재 논란의 중심인 코로나19 이익공유제는 플랫폼 수수료 인하와 연계한 인센티브, 대기업 재원 기반 펀드 조성 등 2가지 안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상 강제로 작용해 투자나 고용에 사용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며 "기업 간 협력으로 발생한 이익을 측정하는 것 자체부터 현실성이 없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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