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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포토다큐] 고성 산불 1년, 다시 봄이 왔지만... ‘우린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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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2리 임시주택단지 뒤 임야에 나무들이 검게 그을려있다. 임시주택시설에는 현재 이재민 4가구가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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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찾아왔다. 1년 전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강원 고성군 원암리의 한 전신주에서 시작된 불꽃은 도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속초와 고성은 화마의 흔적을 하나하나 지워가고 있었다. 고성군 토성면 일대의 산은 불에 탄 나무들을 벌채하면서 절반 넘게 민둥산으로 변했다. 봄꽃들은 까만 나무들 사이에서 다시 꽃망울을 터뜨렸다. 날이 따뜻해지자 국유림영림단 단원들은 하얗게 속을 드러낸 임야에 소나무 묘목을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묘목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흙을 덮던 산림청 관계자는 타버린 소나무를 가리키며 “지금 심는게 2년된 묘목인데 저렇게 크려면 40년은 걸립니다. 불나면 정말 안 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유지의 경우 그나마 산림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보상 등의 문제가 얽혀있는 사유지는 아직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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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림영림단 단원들이 강원 고성군 토성면 일대 화재피해 지역에서 소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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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된 소나무 묘목을 심던 산림청 관계자는 “3년은 지나야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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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지만 재난의 상처는 곳곳에 남아있었다. 토성면 성천리, 인흥리, 용촌리 등의 마을에는 새로 지었거나 건설 중인 주택과 임시주택, 주택 건설 부지 등이 혼재돼 있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해 불에 탄 채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 앞에는 ‘나는 분노하고 있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노장현 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에서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해 보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융자 내서 집을 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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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2리 이재민 임시주택촌에 불이 켜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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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용촌2리의 마을의 모습. 건설 중인 주택, 주택 건설 부지, 임시주택시설과 산불피해지역이 혼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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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용촌1리 건물 앞에 ‘나는 분노하고 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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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성군에서는 275동의 임시주택 중 20세대 23동만 완전히 주거지를 옮겼다. 군에서 제공한 임시주택 주거계약은 오는 6월 23일이면 만료된다. 고성군은 만료되는 임시주택에 대해 5월 중 재계약 신청을 받을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1년 연장계약 이후에는 다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임시주택에서 생활하는 한 이재민은 며칠 전 관련 안내문을 받은 뒤 “마음이 어수선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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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촌리 임시주택에 살고 있는 한 이재민의 달력에 감자파종 날짜가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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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면 도로를 달리는 트렉터 뒤로 ‘산불조심’이라고 적힌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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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철을 맞아 경운기와 트랙터가 논과 밭 사이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본격적인 농사철이지만 큰불에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시름은 깊었다. “보상금이 안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가란 말입니까. 농기계가 다 타버려서 빚내서 농사짓고 있습니다.”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만난 농민은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노장현 위원장은 “이재민들이 보상금만 바라보고 있는데 해결이 안되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정부도 한전도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서 이재민들이 빨리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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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나무들이 벌채된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 임야 앞에서 농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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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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