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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與 "임성근 판사 탄핵 추진"···초유의 법관 탄핵 시동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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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탄희 민주당 의원(가운데)가 정의당 류호정 정의당 의원(오른쪽) 등과 지난 22일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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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아 온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헌정 사상 첫 사례가 된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151석)로 탄핵 소추를 의결하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로 파면을 결정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오후 비대면 의원총회 직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사에 따라서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여러가지 판단 끝에 (의원총회 후) 김태년 원내대표가 ‘탄핵안 추진을 허용하는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제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임 부장판사의 재판기록을 보면 명백하게 헌법 위반 혐의가 명시돼 있다”며 “국회가 탄핵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하지 않는 것은 임무 방기’라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당이 존중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엔 재적의원 3분의1(1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안건이 2월 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한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2월 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탄핵'이 당론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투표를 하게된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의석 수(174석)를 고려할 때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온다.



초유의 법관 탄핵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2015년 12월)을 앞두고 미리 판결내용을 보고받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직권남용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에 대해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최근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2월 28일 퇴직을 앞둔 상태다.

당초 민주당에서 이 시점에 탄핵 소추를 시도한 것도 "임 부장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관예우를 누리게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5년간 변호사 등록과 공직 취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직급여도 일부 제한된다.

다만 임 부장판사가 퇴직하는 2월 28일까지 헌재의 결정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김회재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더라도 임 부장판사가 퇴직한 뒤라면 헌재는 각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런 경우라도 '국회의 법관 탄핵 소추 1호'라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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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법관 탄핵에 대한 당내 의견을 주로 들었다고 한다. 최종결정 전까지도 지도부에선 "추윤갈등처럼 번질 수 있다"(한 최고위원)는 우려도 나왔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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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탄핵 소추 대상으로 함께 거론됐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의원총회 과정에서 탄핵 대상에서 빠졌다. 이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와 달리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이번 탄핵 소추건을 주도한 건 사법농단 제보자인 이탄희 의원이었다. 지난 22일 범여권 의원 107명의 명의로 법관 탄핵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당내 일각에선 법관 탄핵의 부작용과 여야 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드는 신중론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차기 당권주자인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이 일제히 “국회가 탄핵 발의를 하지 않는건 책임방기”라며 이 의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젊은 의원들과 차기 당권주자까지 나서서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충청권 초선 의원)라는 말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말미에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감안해 지도부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의총 직후 만나 최종 논의를 벌인 끝에,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당론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관탄핵은 1985년 12대 국회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불공정 인사가 논란이 돼 발의됐지만 부결됐다. 2009년 18대 국회에선 신영철 대법관의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문제로 민주당이 탄핵안을 발의했지만 표결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됐다.



“대통령 탄핵보다 쉽다” vs “다툼 소지 있다”



민주당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 주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2018년 하반기부터 구체화됐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연루 판사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해야한다”고 밝히자, 여권에선 “대통령 탄핵보다 쉽다”(박주민 의원)며 이에 동조하는 주장이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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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출범 후인 지난해 7월에도 법관 탄핵을 주장했었다. 박 의원은 2018년부터 당내에서 법관탄핵 여론을 주도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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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민주당 의석은 129석으로 단독 표결처리가 불가능했고, 당내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20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은 당론으로 채택되거나 단일안으로 도출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특히 2019년 8월부터 ‘조국 사태’가 불거지며 민주당 시선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옮겨지면서 법관 탄핵은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헌법학자들은 “법관 탄핵은 국회 권한이지만, 분명한 위헌·법률위반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 탄핵은 사법부 견제 유일한 장치여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위헌의 분명한 증거가 인정돼야 하고 그 범죄가 직위를 파면시킬 정도로 중대한지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임 부장판사의 건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인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어 헌재 판단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김수현 인턴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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