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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저녁엔 우리 선수가 없다"…뒤로 가는 한국 수영, 안방에서 '졸전'[세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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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서영이 22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을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제공 |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광주=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거꾸로 가는 한국 수영이 안방에서의 참사를 불러왔다.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3일 현재 한국이 따낸 메달은 1개 뿐이다. 첫날 다이빙에서 김수지(울산시청)가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대회 11일째로 접어들 때까지 포디움에 올라간 태극전사는 더이상 없었다. 폐막식이 열리는 28일까지 경영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추가 메달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간판스타’ 박태환의 부재 속 메달권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뒀고 그 와중에 대한수영연맹의 미비한 지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기록과 이변을 낳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의 벽은 높아지는데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이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17 부다페스트 대회는 오히려 포스트 박태환 시대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였다. 6년 만에 대회에 출전한 박태환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안세현(SK텔레콤)과 김서영(경북도청)이 등장해 한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안세현은 접영 100m와 200m에서 한국기록을 세 차례나 경신했고 특히 200m에서는 3위 헝가리의 카틴카 호스주(2분06초02)에 불과 0.65초 차로 뒤진 4위를 차지하며 메달권까지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서영도 자신의 주 종목인 여자 개인혼영 200m 준결승에서 2분9초86으로 한국기록을 깨며 개인혼영 결승에 오른 최초의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결승에서는 끝까지 제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마쳤고 2분10초40으로 8명 중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광주에서 한국 수영의 해묵은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일찌감치 박태환이 대회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이번 대회 홍보대사로 선정된 안세현은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부터 고배를 마셨다. 2017년 이후 계속 내리막을 걸어온 상황에서 당시 접영 200m 기록은 개인 최고 성적에 6초나 뒤졌다. 출전한 다른 종목에서도 국내 신예들에게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2의 박태환’ 타이틀은 김서영에게 붙었다. 그러나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2분10초12로 6위에 그치며 2017년 대회와 똑같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목표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 2분08초34를 깨는 것이었지만 지난 5월 FINA 챔피언스 경영시리즈 2차 대회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세운 올 시즌 최고 기록 2분09초97와도 차이가 있었다.

시야를 넓혀보면 그나마 김서영이 선방한 수준이다. 임다솔, 이주호, 한다경 등 한국 수영에서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은 준결승 문턱을 밟는 것도 버거웠다.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깜짝 스타도 등장하지 않는 현실이다. 홍보대사로 광주를 찾은 박태환도 “개인적으로는 후배 선수들이 모두 준결승, 결승 무대에 가줬으면 했는데 김서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선에서 경기를 마무리하더라”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맹의 조악한 일처리는 안방 참사의 원흉이 됐다. 선수단에 규격에 맞는 단복이 지급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직접 티셔츠 상의에 테이프를 붙이고 수영모에 매직으로 글씨를 쓰는 등 시작부터 촌극이 펼쳐졌다. 연맹은 대회 폐막까지 닷새만을 남겨둔 시점에서야 “대회 준비와 내부 관리를 원활하게 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하기 어렵다”는 지각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사과문 뒤에 숨은 연맹의 모습에선 진지한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 김지용 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 조차 광주를 찾지 않으며 대회 관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끊이지 않는 현장의 잡음 속에 한국 수영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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