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4차원 게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준결승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七단 / 黑 신민준 九단

조선일보

〈제10보〉(103~118)=바둑은 가장 효율적인 자리를 찾아가는 게임이다. 집으로 큰 곳일 수도 있고, 전투에 긴요한 급소일 수도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돌이 놓이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적시(適時)를 놓치면 지형(地形) 변화로 인해 효과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 바둑은 좌표(座標)로 이뤄진 평면 오락 같지만, 후절수 등 입체적 변수와 시간 개념까지 더해 4차원 게임이란 얘기가 나온다.

103, 105는 자체로 매우 좋은 곳. 백이 '가'로 잡으면 선수로 큰 끝내기를 잽싸게 해치운 셈이 된다. 형세가 불리한 흑으로선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하지만 한 박자 빨랐다. 103, 105를 서두는 바람에 멀리 떨어져 있는 좌변 ▲ 2점이 사경에 처하게 된다. 이제는 '나'가 흑의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103으론 우선 참고도처럼 중앙을 두텁게 키워야 했다. 그런 뒤 A로 한 칸 뛸 기회를 잡는다면 ▲를 지원하면서 중앙 흑세가 크게 확장된다. 손을 빼 달려간 106이 흑의 약점을 제대로 찌른 절호의 공격 수단이었다. 109에 백은 111로 끊지 않고 118까지 자기 진영으로 끌고 들어가 흑 ▲ 두 점을 차단했다. 118 때 흑은 과연 '다'에 둘 수 있을까, 없을까.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