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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부, 유엔사에 “대북 제재 이유로 DMZ 출입 불허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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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활동ㆍ개입 더 늘려야” 에이브럼스 수용 여부 불투명

중앙일보

지난 3월 2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부소장이 북한 개성으로 가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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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엔군사령부와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을 놓고 협의를 시작했다. 2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비군사적 사안에 대해서는 유엔사가 DMZ 통행 허가권을 신속히 내야한다는 의견을 유엔사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비군사적 사안에 대한 허가권을 보완하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 소식통은 또 “국방부는 유엔사가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따져 DMZ 출입을 허가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말했다. 유엔사가 유엔의 대북 제재와 관련됐다며 지난해 남북 철도 공동조사와 대북 지원 타미플루의 차량 수송 등에 제동을 건 사실을 거론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유엔사는 “대북 제재 위반 여부는 유엔과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이 소식통이 전했다.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비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DMZ 안에서의) 환경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GP) 방문 등에 대한 (유엔사의) 허가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조금 미흡하다”고 공개 거론했다.

한 소식통은 “통일부가 지난 6월 방한했던 독일 방문단을 위해 고성 DMZ 평화의 길을 둘러보는 일정을 잡았는데, 유엔사가 안전상 이유로 불허했다”며 “정부 내에서 ‘유엔사가 너무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유엔사에 따르면 군사분계선(MDL)을 통해 남북한을 오간 사례는 2017년 5건에서 지난해 1만3066건으로 폭증했다. 남북한 문서 교환도 2017년 56건에서 지난해 152건으로 3배로 증가했다. 남북 교류는 이처럼 활발해졌는데 유엔사의 비군사적 허가권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 당국의 속내로 보인다.

하지만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정전협정 10항엔 DMZ의 MDL 이남에서 민사행정ㆍ구제사업은 유엔군사령관이 가진다고 돼 있다”며 “유엔사의 DMZ 출입 허가권은 군사적 성질뿐만 아니라 비군사적 성질에도 속한다”고 설명했다. 즉 비군사적 사안에 대한 유엔사의 DMZ 출입 허가권 역시 정전협정 상 근거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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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철도 통문 안으로 남북공동철도조사단을 태운 열차가 들어가고 있다. 유앤군사령부는 지난해 8월 규정 시점(48시간)을 넘겨 통행계획이 통보됐다며 방북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북 제재 금지 품목인 경유를 실은 연료차를 동반하기 때문에 허가히자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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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를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뚜렷하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군사령관은 2월 미국 의회에서 남북한 긴장 완화에 따라 유엔사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해 한반도에서 벌어진 사건들(남북한 교류)을 보면 유엔사가 국제 사회의 공약에 대한 기반(home)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며 “동시에 유엔사는 활동ㆍ보도ㆍ개입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DMZ 출입을 허가하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UNCMAC)는 현재 진행 중인 (남북한 간) 협상의 중요한 참가자며, (남북한) 신뢰구축 조처를 검증하고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남북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유엔사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답변으로 볼 때 그가 한국 측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부승찬 연세대 겸임교수는 “정전협정만 보면 군사적 성질과 비군사적 성질을 나누긴 쉽지 않다”면서도 “DMZ 출입 허가권의 예외를 두는 방향으로 미국을 설득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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