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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e기자가 간다] “민중의 지팡이로 맞으면 누구에게”…경찰청 앞에 선 인권침해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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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27일 경찰청 앞에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이 "경찰은 사과하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이크를 잡는 사람마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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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경찰 인권침해 조사를 신청했을 때, 과연 조사가 이뤄질지….”

피해자 발언에 나선 이은주 청도 삼평리 주민대표는 울컥 치밀어오는 감정 탓에 때때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경찰이 진행하는 조사 과정이나 결과는 물론, 경찰도 못 믿게 됐다고 했다. 청도 주민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서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인 경찰 인권침해 피해자들은 “경찰이 변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금속노조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금속노조쌍용자동차지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백남기투쟁본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청도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가 모여 지난 인권침해 사례를 언급하면서 경찰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경찰청장의 사과와 손해배상·임시압류 등 핵심 권고를 조속히 이행해달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상위원회(조사위)는 작년 8월 말,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권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초 권고로부터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사과를 받지 못했고, 후속 조치 이행도 안 됐다는 것이 피해자 단체의 설명이다.

김영덕 용산참사 유가족은 “지난 세월 동안 고통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사람이 죽어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더 죽어야 사과할 것이냐. 이제 민갑룡 경찰청장이 나서 사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석환 백남기 투쟁본부 사무국장은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권고안을 이행하고 계획도 세워야 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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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단체는 "사과를 받아 다시는 경찰청 앞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이다. (홍인석 기자 my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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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조사위를 설립하는 등, 인권 침해를 막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 감수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노량진 수산시장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자리에서 상인 한 명의 갈비뼈가 2개 부러진 것을 보면, 여전히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피의자에게 ‘써진 대로 말하라’라면서 반말과 욕설을 내뱉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더불어 피의자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진전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권력이 집행되는 현장에서는 시민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시위에 나온 전직 경찰 출신이자 한 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사안에 대해 찬반이 나뉠 수가 있고, 경찰과 시민이 대치할 수는 있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라면서 “시민이 경찰에 폭행하면 처벌하고, 반대로 경찰이 시민의 인권을 위협하면 사과와 책임을 물어야 사회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은주 청도 삼평리 주민대표도 이날 발언에서 “경찰은 늘 위에서 허가해줘야 한다고 책임을 미루고 변명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한 명 한 명이 피해자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이후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 피해가 발생하면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도록 조처를 했다”라면서 조사위의 권고 사항을 일부를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조사위의 권고안과 관련해 종합적인 계획과 내용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면서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과를 포함해 다양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투데이/홍인석 기자(mystic@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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