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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5월에도 에어컨 없인 못 사는데 방정식이 중요한가요?” 수업 거부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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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기후변화 행동 나선 청소년들

전국 곳곳서 수업 빠지고 시위 참여

‘기후 위한 학교 파업’ 각국에서 열려

중앙일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청소년기후소송단 회원들이 '524 청소년 기후행동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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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악당 탈출하자! 기후위기 교육개혁!”


24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땡볕 아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300여 명의 학생이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외면은 그만 이제는 직면할 시간’ 같이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 서울은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를 정도로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53㎍/㎥(오후 3시 기준)로 ‘나쁨’ 수준까지 치솟아 공기도 탁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모여들었다.

“왜 더위가 심해지는지 가르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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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변화 대응촉구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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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생들이 수업까지 빠지고 시위에 나선 건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청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과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도 동시에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공동선언에서 “방정식을 풀고 뉴턴의 법칙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꿀 기후변화에 대해 교육받아야 할 권리도 분명 있다”며 “미세먼지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이고, 오늘과 같은 더위는 왜 점점 심해지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한 서울 영등포고 1학년 손진오(16) 학생은 “학교에서는 대학 또는 취업 때문에 교과과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공부할 권리가 있다”며 “우리라도 먼저 나서서 환경을 바꾸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6살 스웨덴 소녀의 1인 시위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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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금요일마다 1인 시위를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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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10대 학생들의 국제적 동맹휴업인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을 촉발한 건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툰베리는 “8살 때 지구온난화에 대해 처음 들었지만, 아무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 의아했다”며 스웨덴 정부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후 툰베리의 운동에 공감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금요일마다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이라고 불리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110개국 1400개 이상 도시에서 기후 파업 시위가 열린다.

“기후변화 정책 부실” 정부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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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행동할 것을 정부ㆍ정치ㆍ교육ㆍ대중에게 요구하는 '524청소년기후행동:기후악당국가 탈출을 위한 교육개혁'집회 참여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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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위를 주도한 건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기후소송단’이다.

이들은 정부의 부실한 기후변화 정책에 책임을 묻기 위해 모인 청소년 단체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의 김서경(18, 서울 문현고 2학년) 학생은 “이젠 5월에도 교실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하고, 미세먼지 때문에 운동장에서 수업해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기후변화가 우리 삶이 달린 문제인데도 학교에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한전 등 정부 각 부처에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변호인단을 구성해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정식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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