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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NOW] 아이돌 쫓아다니는 '사생팬'처럼 공직자 집 앞 점령한 '사생 시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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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수석·구청장·당원내대표 등 아파트 앞에서 수차례 집회

이웃 민원 유도해 공직자들 압박

조선일보

지난 14일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 2명이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사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 정문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이승규 기자


지난 14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 정문. 새벽 6시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 조합원 2명이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피켓에는 '이용선 청와대 수석은 책임지고 공무원노조 복직 추진하라'고 적혀 있었다. 278가구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이달 들어 일곱 번째 열린 집회다.

이 아파트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산다. 20분 후 집에서 나온 이 수석이 검은 승용차를 타고 출발하려 하자 노조원들은 차를 세우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벽에 노조원들이 아파트 정문에서 집회를 해 주민들로부터 항의도 들어온다"고 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매일 아침 경찰들이 아파트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

공직자 집 앞에 찾아가 집회를 여는 '사생 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의 사생활 등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사생팬'처럼 공직자의 거주지 앞까지 찾아가 여는 집회다. 이웃 주민들의 민원을 유도해 공직자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다.

전공노 조합원들은 지난달부터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사는 서울 방배동 빌라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조 구청장이 구청 안전교통국장 자리에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을 승진 임명해 다른 공무원이 인사상 불이익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민원도 넣어보고, 노조원들에게 항의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조용했던 동네에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사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주상복합아파트(140가구 거주) 앞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올 들어 세 번째다. 군복을 입은 시위대 50여명은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 일부를 가로막은 이들은 나 원내대표를 "주사파 정권에 부역하는 빨갱이"라고 비난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집회·시위는 개인의 생활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나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집회는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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