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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음주운전 4번인데, 왜 '집행유예'가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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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전문가도 "윤창호법과 동떨어진 어색한 결과, 온정주의 판결" 비판…벌금형부터 적극 치료토록 개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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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6일, 새벽 6시. 한 차량이 서울 강남에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했다. 이내 다른 승용차를 들이 받았다.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63%(면허 정지 수준), 음주운전이었다.

심지어 그는 과거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았었다. 그땐 벌금형이었다. 그러니 네 번째 걸렸던 셈. 그러나 판결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반성하고 있다고, 숙취운전이라고, 그런 것들이 참작됐다. 배우 채민서씨(40) 얘기다.


전문가도 "어색한 결과"…판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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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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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을 네 번이나 했는데, 왜 집행유예일까. 이미 마련된 윤창호법에 따라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시 징역 2~5년, 혹은 벌금 1000~2000만원을 내리게 돼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6 이상이면 술 먹은 게 인지된 상태"라며 "네 번째인데 판결(집행유예)이 어색한 부분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법원 잘못이고, 너무 온정주의적 판결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법 집행하는 이들의 관행적 판결과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도 한 몫한 거라 했다. 승 연구위원은 "'술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식의 관대한 통념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사법부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일반 국민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다 그런 건 아니고, 특정한 사례에서 그렇다"고 진단했다. 실제 국민 여론은 강한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성인 1850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3%가 "음주운전 사고 처벌이 잘못에 비해 가볍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재범 많은데…잘못된 메시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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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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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결이 야기할 수 있는 결과는 어떨까.

승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은 점점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소주 한 잔하고 운전해 안전 귀가하면 그 다음엔 두 잔, 세 잔을 먹고도 갈 수 있겠단 확신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중독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간단 얘기다.

실제 지난해 법원의 음주운전 판결 중 집행유예에 그치는 비율이 76%에 달했다. 그중 음주운전이 다시 일어나는 확률은 43.7%였다. 경찰청 통계를 봐도 지난해 음주운전 적발 대상자의 44.5%는 이미 적발된 이력이 있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 같은 판결이 예비 음주운전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단 점이다.

오 교수는 "음주운전을 네 번해도 집유가 나오는구나, 이렇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벌금형부터 '알코올 치료' 적극 개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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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으론 음주운전이 1회 적발되거나, 처벌이 가볍더라도 사법부가 치료에 적극 개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승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은 마약보다 재범 위험이 더 높은 범죄"라며 "벌금형이 나올 때부터 음주 치료를 받도록 적극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절을 위한 더 강력한 대책도 제시되고 있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시동을 켜기 전 음주를 측정하는 장치를, 상습 음주운전자 차에 설치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 여론도 지지하는 분위기다. 국민권익위 지난해 조사 결과 응답자 94.3%가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찬성 의견을 보였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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