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기억할 오늘] 팅커 판례와 학생 표현의 자유(11.12)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팅커 투어'는 미국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캠페인이다. Tinkertourusa.or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확전 일로로 치닫던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Des Moines) 시의 청소년 5명이 반전을 상징하는 검은색 완장을 차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15세 노스고교 학생 존 팅커(John F. Tinker), 13세 동생 메리 베스(Mary Beth, 워런하딩 주니어 하이스쿨), 11세 호프(Hope)와 8세 폴(Paul) 등 4남매와 존의 친구인 16세의 루스벨트고교 학생 크리스토퍼 에커르트(Christopher Eckhardt)였다.

호프와 폴을 뺀 나머지 셋은 디모인 시 교육위원회 학생 규칙 위반으로 1965년 12월 각각 정학을 당했다. 앞서 교육위원회는 반전 운동의 불길이 학교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고교 이상 재학생들의 정치 행위를 금하는 규칙을 제정했다. 교육위원회 판단에 검은색 완장은 정치행위였고, 존 등은 완장을 빼라는 학교 및 교육위 요구에 불응했다. 호프와 폴은 초등학생이어서 징계를 면했다.

팅커 남매의 부모는 맹렬한 시민운동가들이었다. 그들의 어머니는 지역 반전 운동 조직 리더로 장남 존과 친구 크리스토퍼 등을 데리고 워싱턴 집회에 참가한 적도 있었다. 팅커 남매와 디모인 시의 소송이 시작됐다. 쟁점은 학생 표현의 자유, 즉 수정헌법 1조의 권리의 허용 범위에 관한 거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변호인단이 팅커 남매를 변호했다. 1심과 2심은 교육위원회를 편들었다. 1968년 11월 12일, 미국의 모든 학교 및 시민들의 주목 속에 대법원 상고심 공방이 시작됐다. 학생 또는 교사의 개별적 교내 정치행위를 용인할 경우 집단행위가 교육 기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원회 측 주장과 수정헌법 1조의 권리는 신분에 따라 제한될 수 없다는 원칙론이 맞섰다.

연방대법원은 1969년 2월 24일 7대 2로 팅커 남매의 권리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학교 측이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면 그 행위가 단순한 표현 이상이어야 하고,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는 데 구체적이고 명백하게 방해가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판결 이후에도 학생의 표현의 자유 침해ᆞ소송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메리 베스는 간호사 겸 학생권익운동가로 활동했고, 학생 인권NGO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자신의 경험과 표현의 자유의 가치를 들려주는 행사 ‘팅커 투어’를 벌이고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