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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억할 오늘] 칸트의 커피(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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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마뉴엘 칸트가 1724년 오늘 태어났다


‘칸트 전기’를 쓴 만프레드 쿠언(Manfred Kuehn)조차 사적인 면모보다 철학적 사유의 전개에 초점을 맞춰 책을 썼을 만큼 이마뉴엘 칸트의 삶은 무미건조했다고 한다. 군인 출신 하인이 새벽 5시에 깨우면 연한 차 한잔과 함께 “명상의 친구”인 파이프 담배를 즐기며 생각을 하거나 글을 썼고, 오전 7시~11시 강의를 하고 다시 글을 썼고, 점심을 먹으러 외출하고 산책하고…. 평생이 늘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관계가 자아를 확장한다는 지혜를 비웃듯 책과 더불어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여행이 견문을 넓힌다는 속설을 조롱하듯 고향인 동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의 반경 10마일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 극단적인 삶이 오히려 칸트의 작은 사생활 혹은 욕망을 더 주목하게 했을지 모른다. 예컨대, 그는 파이프 담배를 하루에 딱 한 번만 피운다는 원칙을 지켰지만 세월이 갈수록 파이프의 크기가 점점 커졌다고 한다. 밤에 화장실 갈 때 촛불을 켜는 게 귀찮아 침대에서 화장실 문까지 실을 이어 두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말년의 기쁨이었다는 커피에 대한 갈망도 유명하다.

담배도 그렇지만, 카페인 중독자들이 유난스레 기억하는 커피 애호가 목록에는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많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하루 40~50잔의 커피를- 주로 카카오와 섞어- 마셨고, 키에르케고르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흰 설탕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마시는 걸 즐겼다고 한다. 말년에 그 맛을 알게 된 금욕주의자 칸트는 커피도 저녁 식사 후 딱 한 잔만 마셨지만, 커피가 즉각 준비되지 않으면 노인 특유의 성마름과 곧 죽을 것처럼 기력 없는 목소리로 칭얼대듯 커피를 요구하곤 했다는 이야기가, 윌리엄 유커스(William Ukers)라는 이가 쓴 ‘All About Coffee’(1922)란 책의 토마스 드 퀸시 일화에 소개돼 있다고 한다.

저 진술들이 사실이라면, 서양 근대철학의 거인 칸트에게도 꽤나 풍성한 욕망이 존재했던 셈이다. 하긴 그의 제자인 낭만주의 철학의 거인 요한 헤르더가 “최고의 감사와 존경을 다해” 스승을 평한 말 중에는 “농담과 재치가 장기인 사람”이라는 구절도 있다. 그렇게 담배와 커피를 즐겼다는 칸트는 1724년 4월 22일 태어나 만 79년을 살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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