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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기억할 오늘] 바이시클 데이(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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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바이시클데이 기념 포스터. 작자 미상이지만, 호프먼의 고국 스위스가 원산지라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2009년 정한 기념일 ‘자전거의 날’은 4월 22일이다. 4대강 사업의 실상을 감추고 악화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천변마다 자전거 길을 닦고 직접 자전거를 타기도 하던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다. 한 영민한 관료의 영악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그날은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동의한 ‘지구의 날’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횡령 및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형편이어서 어떻게 ‘기념’될지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런다 하더라도 이 날은 씁쓰레한 사연들과 더불어 기억되고 기념돼야 할 것이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전거의 날은 6월 3일이다.

1960, 70년대 히피 시대를 경험한, 나이 든 서구인들에게 ‘자전거의 날(Bicycle Day)’은 4월 19일이고, 환경과는 무관한 날이다. 1943년 4월 19일, LSD를 합성한 스위스 의사 겸 화학자 알베르 호프만(Albert Hofmannㆍ1906~2008)이 인류 최초로 환각성 마약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ㆍ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를 의도적으로 섭취해 환각을 경험했다.

5년 전인 1938년 호프만이 맥각균 추출 물질로 합성한 LSD는 부작용 없는 혈액순환 촉진제 후보 물질이었다. 효능이 시원찮아 방치했던 그 물질을, 다른 목적으로 재합성하던 도중 부주의로 손끝이나 입을 통해 미량을 섭취한 뒤 특별한 환각 경험을 하게 됐다. 그게 43년 4월 16일이었다. 그리고 사흘 뒤인 4월 19일 그는 LSD 250㎍을 실험 의도로 섭취했다. 그런 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면서, 사흘 전과 같은 환각-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변화무쌍한 색채감과 극도의 희열감, 혹은 공포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LSD는 60년대 중반 제조ㆍ판매ㆍ투약 등이 규제될 때까지, 유희와 신경증 등 정신질환 치료 및 말기암 등의 진통제로 널리 쓰였다. 법이 금하고 베트남전쟁이 끝난 뒤로도 제도와 관습에 억눌린 영혼을 해방시켜 주는 기적과 마법의 약으로 불렸다. 그런 이들이 자전거의 날을 기념했고, 거기서 유래가 돼 ‘환각체험(Acid Trip)’ 같은 자전거 관련 용어들이 그들만의 은어 혹은 상징처럼 지금도 통용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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