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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 "쉽지 않은 결정"…첫 현금성 '재난지원금' 제안부터 지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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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이재명·박원순 등 공론화…'전국민 지속 지급 개념' 기본소득 대신 '일시적'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용어 정리

기재부 '재정 우려'에 당과 막판 줄다리기 끝 '70% 가구'로 제한…이낙연 "싸우기 직전까지 갔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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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 당 100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용어는 논란이 됐던 '재난기본소득' 대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정리가 됐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주는 기본소득 대신, 재난으로 인한 생계지원금이라는 취지에 '긴급재난지원금'이 더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지급한다는 목적에 따라 '재난기본소득'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LAB2050의 윤형중 정책팀장이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칼럼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달라"는 청원을 시작하면서 공론화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에 따른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의 타격을 막기 위해 내수 활성화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이러한 주장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투어 나서면서 재난기본소득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지급 방식을 두고 의견이 나뉘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공식 제안했다. 김 지사의 안은 사안이 시급한 만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 시간과 행정적인 비용이 낭비된다며 전 국민에게 동시에 지급하고, 이 대신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다시 거두는 방안을 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역점 사업으로 기본소득(국가가 자산·소득 등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현금을 지속 지급하는 제도)정책을 펼쳐왔던 만큼 즉각 나섰다. 이 지사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자리가 대량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 지속성장을 담보할 유일한 정책이 '기본소득'"이라며 "김경수 지사의 10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와 이 지사가 '보편적 재난소득'을 주장한 데 비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별적 재난소득을 제시했다.

박 시장은 10일 "코로나로 생계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실업급여 등 기존제도의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에 대해 가구당 60만원씩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의 조속히 도입하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는 정부의 추경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중위소득 이하 전 가구가 대상이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지난 16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대책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긴급생활비를 문 대통령에게 공식 제안했다. 전북 전주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취약계층 5만명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52만7000원씩 지급하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움직임이 시작됐다.

청와대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공론화되면서 심도있는 논의에 들어갔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여파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인들에게 1인당 1000달러(124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된 1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우리 역시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에는 난색을 보였다. 그 대신 취약계층, 구체적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 4인가구 기준 100만원 상당의 체크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청와대는 지급 대상과 방식에 대한 조정에 들어갔다.

전날(29일) 개최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지급 대상은 소득 하위 70%, 지원 규모는 4인가구 기준 100만원으로 최종적으로 의견이 조율됐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기재부 안보다 지급 대상을 더 확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청 협의에 참석했던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체로 당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생계비 지원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정부는 앞으로 더 긴하게 돈을 쓸일이 생길수도 있고, 재정의 건전성을 쉽게 허물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였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저도 대체로 다수 의견(적극론)의 편이었지만, 제가 주로 했던 역할은 언쟁이 너무 격렬해지지 않도록 달래는 역할이었다"며 "굉장히 격렬해서 자칫 싸우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저는 '가만히 들어보니 의견차이가 크지 않으니 살살하자'는 추임새랄까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비상경제회의에서 결정된 최종안은 지원 규모는 기재부의 안을, 지급 범위는 청와대와 당의 의견으로 넓히며 절충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득하위 70% 가구로 지급 대상이 제한된 데 대해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고용 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라며 "경제적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은 지역상품권이나 체크카드를 지급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인 방식과 신청 방법은 최종 조율 후 관련 부처에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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