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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봉준호 "文대통령 말씀 듣고 충격의 도가니"…'짜파구리'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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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발언 들은 봉준호 "어떻게 하시는 거에요?"

"기승전결 마무리에 글 쓰는 사람으로 충격에 빠져"

송강호 "음식은 우리 민족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어"

빈부격차 현실 보여준 '짜파구리' 맛보기로 올라

봉준호 지인 행정관 참석 눈길…"결혼 비디오도 찍어"

봉 "이 배우 누구?"…김 여사 "사랑의 불시착서 봐"

뉴시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에 참석해 발언하며 웃고 있다. 2020.02.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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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저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첫 마디였다. 봉 감독은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봉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 20여명은 이날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에 앞서 1700여자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팀의 수상을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또 문화 예술계의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배급 상영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스크린 상한제, 근로 환경 개선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막힘없이 발언을 이어 나갔다.

문 대통령은 "한마디로 영화 산업의 융성을 위해 영화 아카데미 지원을 늘리고 확실히 지원하겠다"면서도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염두에 둔 듯 "그러나 간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일동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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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2.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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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 선배, 최우식 씨 다 스피치라면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거쳐 영화 산업 전반에 걸친, 결국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께서) 말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2페이지"라며 놀라워했다.

이어 "이걸 분명히 암기하신 것 같지 않고 평소 체화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줄줄줄 풀어내신 것 같다"며 "지금 말씀하신 4분의 1정도의 짧은 스피치도 프롬프터를 보면서 하고,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 미국 배우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시는 거에요"라고 물은 뒤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고 경탄했다.

봉 감독은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의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있는 상태"라며 다시금 놀라움을 표출했다.

봉 감독은 그러면서 "작년 칸에서부터 한국과 프랑스와 여러 나라 개봉을 거치고 아카데미, 오스카를 거쳐서 긴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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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을 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20.02.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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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 씨도 마이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기 전 송 배우와 환담을 나누는 등 후보 시절에도 송 배우와 만남을 갖곤 했다.

송 배우는 "음식이라는 것이 특별히 우리 민족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며 "그냥 먹거리가 아니라 정서가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렇게 대장정의 마무리를 짓는다는 게 특별하다"고 말했다.

또 "2년의 긴 마지막 행사다.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며 초청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올랐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각각 하나씩 넣고 스프를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매콤한 짜장라면이 되는데, 이걸 '짜파구리'라고 한다.

영화가 정점으로 향하기 직전 호화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소고기 부채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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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을 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20.02.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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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두 하층 계급 가족(짜파게티와 너구리)과 상층 계급 가족(소고기)이 곧 뒤엉키게 될 거란 걸 예견하는 장치이자, 빈부 격차를 실감나게 보여준 소재라고 분석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오찬 메뉴 소개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전문적인 분들이 준비한 메뉴 외에도 제 아내가 우리 봉 감독을 비롯해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초청 행사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으로는 곽신혜 바른손 이엔이대표, 장영환 프로듀서, 한진원 작가, 김성식 조감독,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등 10여명이 자리했다.

출연진으로는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최우식, 이정은, 박명훈, 정지숙 씨와 정현준 군 등 10명이 함께한다. 2011년생 정 군은 어머니와 동행했다.

오찬에 앞서 사전 환담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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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에 참석해 봉준호 감독의 발언을 들으며 웃고 있다. 2020.02.20.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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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이 과거 어려웠던 시절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대학 동기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은 이 행정관과의 인연에 대해 "제가 결혼하고 충무로에서 연출할 때 쌀도 한 포대 갖다주고 그랬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이에 행정관은 "내가 결혼할 때 결혼 비디오도 찍어주고 그랬다"고 보탰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에게 "아내가 특별히 팬"이라며 반가워했다. 김 여사가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하자 봉 감독은 "즉석 퀴즈를 내겠다"며 출연진 한 명을 가리킨 뒤 배우 이름을 묻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에 "근세('기생충'에서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역할)"라며 "눈 때문에 알겠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많이 봤는데 눈 때문에 금방 알아봤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영화 속 기정(박소담)이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부른 이른바 '제시카 송'에 대해 "누가 지어준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박소담 배우는 "감독님"이라고 답했고, 봉 감독은 "일본 관객들도 그걸 쓴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송 배우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의 각본집과 스토리북 2권을 선물했다. 이 책에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의 보유자 답게 영화 스토리, 그림, 작은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그려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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