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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데드라인 임박' 북미 대치 고조…文대통령 또 절박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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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영철 "잃을 게 없는 사람들…망년 든 늙다리라 부를 수도"

트럼프 "적대행동 땐 모든 것 잃을 수도"…경고 하루만에 北 응수

文대통령, U2 리더 접견 후 일정 비워…북미 갈등 해법 고민했나

靑 "지켜봐야…북미, 하노이 노딜 후 대화 정체 돼 압박하는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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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한이 미국과 가져온 비핵화 대화의 중단과 함께 멈춰왔던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이 설정한 연말까지 미국의 협상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공언했던 '새로운 길'을 향한 구체적인 실행을 하나씩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적대행동에 나설 경우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공개 경고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곧바로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다.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라고 응수하는 등 공개 설전이 더해지고 잇다.

'하노이 노딜' 이후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외교 공간의 폭이 줄어든 문재인 대통령이지만 이처럼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위기 의식이 감지된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오후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와 관련해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정말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한 하루 만의 공식 반응이다.

김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년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렇게 북미가 설전의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록밴드 U2 리더 보노의 청와대 접견 외에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것도 한반도 위기 상황과 전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오전 접견 일정을 소화한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후 주재하던 정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북미 간 기싸움 국면을 돌파할 해법을 구상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위한 엔진 연소 실험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미국 CNN 보도 이후 남북미 당사국 간에는 긴장이 흘렀다.

한반도 인근 상공에는 미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를 비롯해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 등 미 공군이 운용하는 전략정찰자산의 비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통화 요청(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과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성명(7일 오후),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8일 오후), 김영철 위원장의 응수(9일 오후) 등 주요한 이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졌다.

특히 비핵화가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는 김성 대사의 발언은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는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표로, 이는 다시 북한이 적대행동에 나설 경우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로 이어졌다. 북한도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 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DB) 2019.02.23.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일련의 흐름과 관련해 "북한은 결국 새로운 길을 가는 쪽으로 이미 방향 설정을 해 놨는데, 그걸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간이 없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미국이 남은 기간 내에 극적인 협상 조건 변화를 북한에 제시하지 않는 한 새로운 길은 기정 사실화 된 것"이라며 "북한은 이미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새로운 길에 대한 방향성을 정해놨다. 그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톡홀름 노딜'(10월7일) 결과를 통보받은 뒤 백두산 행보를 통해 자신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에 대한 결심을 굳혔고, 그 첫 행동이 '중대한 시험'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밝힌 '중대한 시험'과 관련해 "북한이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고 내용도 밝히지 않은 점에서 연말 시한인 북미 대화는 지키려는 것일 수 있고, 아직은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대하며 수위 조절을 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신년사를 앞두고 계획표 대로 진행하는데 자신들이 판을 엎었다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한반도 일대에 자주 전개했던 정찰자산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미리 포착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각으로 한밤 중에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한이 좀 위험한 짓을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거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무슨 중간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나와 김정은 관계는 좋은데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곧 알아내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무언가 문 대통령한테 미션을 준 것 같다"고 예측했다.

문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고 꼬인 상황을 풀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였을 수 있지만,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미국 견제로 모두 막힌 상황에서 트럼프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정 부의장은 지적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럽 5개국 순방을 계기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론'을 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계기로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금강산 관광 재개 대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그마저도 무산됐었다. 김 위원장은 영변 구상의 실패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는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접었고 그 이후부터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했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취임 후 '한반도 문제 중재자'이자 '북미 교착 상황의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 왔던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의 속도를 먼저 의식하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 북미는 북미 입장으로 그동안 대화를 진행해 왔던 것이 하노이 노딜 이후로 정체 돼 있으니 압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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