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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조병규, 소년에서 어른으로의 화려한 비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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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병규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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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어른이 되기 위해 누구나 성장통을 거치기 마련이다. 이제 막 소년이라는 단단한 껍질에서 탈피한 조병규는 어른이 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은 채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성장이었다.

조병규의 삶은 또래에 비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5년 KBS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로 데뷔한 그는 이후 뚜렷한 필모그래피를 얻지 못하고 보조 출연을 일삼아야 했다. 그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불안감이 컸다. 당시는 작품을 계속해서 해야 하고 저를 알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웹드라마도 출연하고 멜로도 해 보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러나 의지할 곳이 없어 더욱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해야만 했다고. 그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소통을 많이 안 했다. 연기에 대한 부분은 직접 해 보지 않으면 공감이나 이해가 어렵다"며 "자취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적었다. 항상 혼자서 이겨내야 했고 자생해야 했다. 외롭기는 했지만 제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라 생각했고, 이를 이겨내며 더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며 인고의 시간을 버틴 그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이어 '스토브리그'까지 2연속 히트작을 거머쥔 주인공이 됐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는 스포츠라는 비인기 장르에도 불구, 마지막회 시청률 19.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신도롬적 인기를 입증했다.

그는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소감에 대해 "주변에서 '2연타 홈런'이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사실 포장이 잘 된 것"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스카이 캐슬' 이후 처음으로 포스터에 이름을 올린 드라마였는데 마무리가 잘 돼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조병규는 정작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한 성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 '스토브리그' 대본 받았을 서사와 구성이 완벽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야구팬이 아닌 분들이 좋아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매니아적 내용이 있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지 몰랐던 작품이었다. 드라마 흥행으로 보건데 시청자들의 시선 역시 고품격돼 있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대본을 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흥행이 불확실했던 상황 속에서도 그는 극 중 한재희 역으로 녹아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조병규는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운영팀의 낙하산 직원 한재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재벌 3세 한재희라는 설정이 있던 만큼, 부잣집 아들로 보이기 위해 스타일 변화에 많은 공을 기울였다. 그는 "재벌 3세라는 키워드가 있었지만 이를 드러내는 장면이 없어서 옷이랑 머리, 헤어 쪽으로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표면적으로 말단 직원이었지만 재벌 3세 느낌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드림즈 운영팀의 사기를 돋구며 유쾌한 매력을 선사했던 한재희와 배우 조병규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한재희처럼 밝고 낙천적인 성격은 아니다. 쾌활한 모습도 다르다"며 "다만 완벽하게 보이려고 하지만 허술하고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조병규는 촬영장에서만큼은 한재희 그 자체였다. 그는 "실제로 촬영장에서 막내였다. 선배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제 말에 경청해 주셔서 편한 현장이었다. 선배들에게 배울 게 많았던 '학습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조병규는 '스토브리그'가 학습의 장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듯 운영팀장 이세영 역으로 분했던 배우 박은빈과 단장 백승수 역을 맡았던 배우 남궁민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박은빈에 대해 " 연기하는 걸 화면으로 볼 때마다 선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는 걸 느꼈다"며 "누나는 올바른 배우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먼 발치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나 지켜보며 연기와 삶에 대한 힌트를 조금씩 얻어나갔다"고 전했다.

선배 남궁민에 대해서도 "남궁민은 남궁민으로서, 백승수로도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부분이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며 "남궁민에게 배울 점도 많았다. 저는 겁도 많고 현장에서 조율하는 과정이 부족한데 그런 부분을 많이 배웠다"고 언급했다.

또한 남궁민과 시청률 공약 이행을 준비 중이라며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앞서 두 사람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스토브리그' 시청률이 17%를 돌파하면 함께 번지점프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남궁민과 실제로 의논 중이다. 형과 공식적인 답변을 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스토브리그'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조병규는 쏟아지는 관심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차기작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작품 선택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우선은 저도 배우이다 보니까 제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본다. 하지만 캐릭터만 보고 선택한 작품은 성적이 안 좋았다. 이제는 대본의 완성도와 서사를 보고 균형을 맞추려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승승장구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더 혹독했으며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그는 "조병규라는 사람을 스스로 바라봤을 때 엄격하고 잣대가 높아 스스로 칭찬을 안 한다. 뛰어난 매력이 있다고 말할 깜냥도 아니고 뛰어나다고 내세울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했으나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않으려 했다. 그는 "자존심이 떨어지는 시간이 물론 있었다. 보조 출연을 하거나 저평가를 받아야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절에 좌절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했다"며 "그 부분이 제 유일한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26살이 된 그는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 역시 겸허히 수용하는 성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반응에 대해 "저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저를 다각도로 평가해 주시니까 그걸 참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시선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이 돼가는 느낌을 받고 있고 어른이 돼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겼다. 예전에는 연기만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균형을 잡고 대중들에게 배우로서, 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카이 캐슬'에 이어 '스토브리그'까지 연이은 흥행에도 조병규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그는 가야할 길이 아직 너무나도 멀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활동에 대해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제가 해야 하는 연기에 대해 책임감과 부담감이 막중하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조병규는 소년이라는 껍질에서 탈피해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세찬 날갯짓을 시작한 조병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비상을 꿈꿨다. 실제로 그는 대중에게 균형 잡힌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균형 잡힌 양날개를 펼쳐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조병규는 이제 화려하게 비상할 일만 남았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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