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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EN 인터뷰] '히트맨' 이이경 "다작의 원동력은 '워커홀릭'···아직도 작품에 목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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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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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트맨’에서 준(권상우 분)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막내 암살요원 철을 연기한 배우 이이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 9년 차인 이이경은 다작 배우다. 출연한 작품이 30개가 넘는다. KBS 2TV ‘고백부부’를 시작으로 코믹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다. 예능 ‘진짜 사나이2’ ‘서울메이트’ ‘플레이어’ 등에도 출연하면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코미디에 물이 오른 그가 이번에는 스크린에 진출했다. 웹툰 작가가 된 암살요원 준(권상우 분)의 이야기를 담은 ‘히트맨’이다. 이이경은 준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막내 암살요원 철을 연기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10kg을 찌웠고, 밋밋한 캐릭터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장면마다 애드리브를 날렸다. 자신의 연기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이경은 만족을 모르는 배우다. 피나는 노력이 지금의 그가 있는 것은 아닐까.

10. 코미디 영화를 처음 해본 소감은?
이이경: ‘커튼콜'(2016)이라는 영화가 있다. 비슷한 장르지만 대놓고 코미디를 하기는 처음이다. 어떤 분이 ‘히트맨’ 포스터의 (정)준호 선배, (권)상우 선배와 나를 보고 ‘코미디 1, 2, 3세대 배우가 아니냐’고 했다. 선배님들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아직도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

10.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느라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고?
이이경: 상우 선배와 나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바빴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교차되는 장면이 생각보다 자연스러워서 다행이었다. 나중에 상우 선배가 일반 시사회를 보고 왔는데, 관객들이 많이 웃어줘서 괜찮았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울산, 대구, 부산 등으로 무대 인사를 다녀왔다. 관객들에게 인사하려고 들어가면 영화 처음과 끝의 반응이 제각각이라 신기했다. 유료 시사회였는데도 표가 매진됐다는 말을 듣고 되게 감사했다. 심지어 두 번 본 분도 있었다. 최근 상우 선배와 계획한 게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급습하듯 무대 인사를 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뛰쳐나가서 인사하면 재밌을 것 같다.

10.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이이경: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줘서 사무실을 찾아갔다. 우연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보게 된 감독님이 영화 ‘아기와 나’까지 찾아서 봤다고 했다. 원래는 철의 캐스팅 목록에 내가 없었다. 감독님께서 연출진과 제작사를 설득해놨으니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오게 됐다.

10. 철이 존재감 없는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이경: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영화 ‘공조’의 막내 형사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의 사무실을 서너 번 찾아갔다. (캐릭터에) 개성이 없어서 입체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본에 없는 코믹 요소를 살리기 위해 애드리브를 넣으면서 존재감을 살렸다.

10. 선배들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이이경: 상우 선배와 준호 선배는 전체 대본 리딩에서 처음 봤다. 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준호 선배가 ‘대본도 봐야 하고 의상도 입어야 하는데, 나 왔다고 굳이 인사할 필요 없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속으로 ‘과하게 인사해야겠다’ 싶어서 준호 선배의 무릎에 앉았다. (준호 선배가) 되게 황당해하면서도 귀엽게 봐줬다.

10. 엄청난 운동광이라고 들었다.
이이경: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원래는 7개의 축구팀에 소속돼 있었는데 최근에 2개를 정리했다. 용병으로 뛰던 팀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시범경기 좀 뛰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경기장에 갔는데 상대 팀이 내가 속한 팀 중 하나였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팀을 줄이게 됐다.

10. 꾸준히 해온 운동이 액션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이이경: 몸을 계속 쓰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도움이 안 될 수가 없다. 극 중 상우 선배의 집에서 방독면을 쓰고 싸우는 장면이 있다. 대역과 돌아가면서 동작을 맞췄는데 방독면을 쓰고 하니까 나인지도 모르겠더라. 다음으로 하게 될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갑자기 총을 맞아서 한쪽 팔로 싸우게 됐다. 나름 에이스라고 불리는 암살 요원인데 거친 액션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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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이이경: 현장에 가면 일 하러 간다는 생각이 드는데, ‘히트맨’에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감독님이 ‘이런 느낌은 어떨 것 같아요?’라고 존댓말을 쓰면서 연기를 지도해줬다. 감독님이 원하는 장면이 나온 후에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했다.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준 덕에 편안한 마음으로 애드리브를 칠 수 있었다.

10. 연기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이이경: 내가 연기하는 배역에 대해 ‘누가 하면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안 들게끔 하는 게 목표다. 코미디의 경우 비슷한 분위기의 역할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다르게 보이려고 한다.

10. 2탄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이이경: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2탄이 제작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배우라면 누구든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을 다시 만나서 재밌는 판을 벌이고 싶어하지 않을까.

10. 배우로서 코믹한 이미지가 굳혀지는 데 대한 걱정은 없나?
이이경: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를 끝내고 ‘으라차차 와이키키2’로 넘어갈 때 주위에서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정극을 다시 시작했는데 굳이 ‘으라차차 와이키키2’로 가느냐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혼동이 와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하던 중 그냥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10. 예능 섭외도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이이경: 많이 들어온다. 일단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걸 먼저 본다. 방송이 잘 될 것 같아서 들어가지는 않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출연할 의지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시기가 맞아야 한다. ‘붉은 달 푸른 해’와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출연 제의가 함께 들어왔다. 회사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포기하고 ‘붉은 달 푸른 해’를 찍었다. 근데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연출한 이창민 감독님께서 내 분량을 뺀 나머지를 먼저 촬영해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합류할 수 있게 도와줬다. 그 덕에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촬영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MBC 드라마 ‘검법남녀2’는 찍지 못했다. 시기가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금도 회사에 ‘주인공만 할 생각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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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경은 각별한 인연을 가진 그룹 방탄소년단의 진이 불편할까봐 ‘히트맨’ 시사회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고백부부’로 코믹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남다른 캐스팅 일화가 있다던데.
이이경: ‘고백부부’의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주인공 친구의 친구였고 웃기는 캐릭터라 거절했다. 이후 친한 캐스팅 디렉터에게 연락이 왔는데 대본을 읽어봤느냐고 물어보더라.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웃기긴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지 않았다. 출연하지는 않더라도 만나서 거절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감독님에게 연락했다. 그렇게 감독님을 만났는데 ‘대사 한 번 읽어봐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너무 간곡하게 부탁해서 한 번 읽어봤다. 대사를 듣자마자 감독님이 ‘이이경씨, 함께 합시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옆에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감독님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출연하게 됐다. 이후 이창민 감독님의 부인이 ‘고백부부’를 보고 나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추천했다고 하더라.

10. 배우로 활동하면서 유복한 집안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편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이이경: 신인 때는 (대중들이) 나의 배경만 보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현직에서 은퇴한 지 오래됐고, 대중들도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괜찮다.

10. 출연한 작품이 30개가 넘는 다작 배우다. 작품을 많이 하게 된 원동력은 뭔가?
이이경: 주위에서 ‘워커홀릭’이라고 말한다. 인물의 감정을 생각하고 대사를 외우는 등 연기를 숙제처럼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나에게는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10.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다시 보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이이경: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 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축구선수가 슈팅이 어긋나면 ‘그때 디딤발을 조금만 뒤로 뺐다면 좋았을 텐데’하고 후회한다. 나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라 경험을 쌓으면서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 아직은 만족할 시기가 아니다.

10.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18살 때부터 혼자 살았다던데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다.
이이경: 옛날에 옥탑방에 살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겨울만 되면 보일러가 터졌다. 자다가 너무 추워서 장판 속에 들어가서 자기도 했다. 당시 ‘왜 이렇게 살까’ 하는 마음보다는 ‘이것도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고시텔, 원룸에서 살기도 하고 차 안에서도 자봤다.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너무 신기하다. 최근에는 가족 여행을 갔다 왔다. 어머니가 ’15년 동안 김치 한 쪽 갖다 달라는 말 한 번 안 하냐’면서 서운해하셨다. 어머니 친구들은 자식들에게 반찬도 넣어주고 청소도 해준다고 했다. 어머니의 시간을 뺏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했다.

10.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이이경: 드라마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지만 하반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10. 영화 ‘남산의 부장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함께 개봉한다. 부담스럽지 않나?
이이경: 영화마다 지닌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히트맨’은 액션과 코미디, 가족애가 들어갔다. 설 연휴에 개봉하는 만큼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느낀 게 있다. ‘히트맨’은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극장에서 한 번 더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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