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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S인터뷰]뮤지컬 '레베카'로 강렬 연기 선보인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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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가수 알리가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무표정한 얼굴, 창백한 피부, 검은 드레스. 작은 체구에서 파워풀한 광기가 쏟아져나온다. 가수 겸 뮤지컬배우 알리가 뮤지컬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 역으로 관객들을 전율하게 하고 있다.

알리의 뮤지컬 도전은 2015년 뮤지컬 ‘투란도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무대가 더욱 경이로운 것은 출산 후 100일 만의 복귀라는 점 때문이다. 알리는 지난 9월 첫 아이를 출산한 후 100일 만에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레베카’는 2013년 국내 초연됐고 2017년까지 네 번 공연됐다. 공연 때마다 객석이 매진되는 스테디셀러다. 뮤지컬 ‘레베카’는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인 레베카가 죽은 뒤 새로운 안주인으로 들어간 ‘나’가 겪는 모험담을 그린다. 죽은 레베카를 모시던 집사 댄버스 부인은 ‘나’가 레베카를 대신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사사건건 대립한다.

댄버스 부인 역은 집착과 광기, 폭발적인 고음의 노래 등으로 베테랑 뮤지컬 배우만이 도맡는 배역이다. 매 시즌 때마다 누가 댄버스 부인 역을 하는지가 주 관심사다. 이번 무대에서 알리는 옥주현, 신영숙, 장은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댄버스 부인의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는 알리는 “내 안의 모든 분노를 끌어 올리려고 했다. 내 성격에 남을 쏘아붙이는 게 없어서 많이 연구했다. 지금도 계속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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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가수 알리.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첫 무대에 섰을 때 보다 무대를 마친 뒤 커튼콜 때 무척 떨렸다고 고백했다. 커튼콜에서 박수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큰 박수를 받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단다. 그는 “커튼콜에서 박수를 받고 한 고비를 넘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노래만 하는 알리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나머지는 앞으로 견고하게 쌓아나가면서 단단해지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매회 공연을 거듭할수록 더욱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특히 세 번째 공연 때 저택에 불을 지르는 장면에서 레베카의 절망에 깊이 공감하며 눈물이 터져나와 무대 뒤에서 오열했다. “저택에 불을 지르는 장면은 막심과 ‘나’가 기차역에서 행복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 함께 진행된다. 그들의 노래를 듣는데 그들이 너무 미워서 눈물이 났다. 레베카와 내가 만든 내 저택을 빼았길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선배들 말씀이 ‘지금까지 너처럼 많이 운 댄버스 부인은 없었다’고 하셨다. 그만큼 댄버스 부인 역에 몰입했다”고 돌이켰다.

출산 후 100일 만의 복귀지만 목소리며 몸매며 모두 완벽하다. 뮤지컬 복귀를 위해 임신 때부터 철저히 관리했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하려고 임신했을 때도 잘 먹고 운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낳고 회복이 잘됐다. 부은 다리를 매일 마사지해준 남편이 너무 고맙다. 원래 ‘레베카’ 공연의 중간에 합류하는 일정이었는데 아이가 예정일 보다 빨리 나와서 출산 한 달만에 연습장에 갔다. 덕분에 배우들과 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었다. 옥주현, 신영숙, 장은아 선배가 노래, 연기는 물론 건강관리까지 조언해주신다. 좋은 팀을 만나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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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알리.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특히 댄버스 부인 역 언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알리는 “출산 후 뼈마디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상태에서 9㎝의 높은 구두를 신고 무대를 오가느라 발목이 아팠는데 옥주현 선배가 발마사지기를 선물해주는 것은 물론 한의원도 추천해주셨다. 내게는 한없이 좋은 선배다. 선배 이야기만 잘들으면서 가면 뮤지컬계에서 두 발 곧게 서고 배우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업이 가수다 보니 노래보다 연기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과거 배우 최불암이 건넨 조언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그는 “노래에 대한 부담은 적다.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 보다는 그 역할을 이해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예전에 최불암 선배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연기자들이 보는 가장 기본적인 연기론 책을 선물해주셨다. 내 무대를 보면서 더 깊게 파고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톤이라든지 표정이라든지 막힐 때는 항상 선배님이 말씀하신 걸 떠올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볼 수 있어 뮤지컬이 매력적이라는 알리는 뮤지컬과 사랑이 시작된 것이 무척 행복하다고 밝혔다. 또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또다른 사랑을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연을 많이 봤다. 뮤지컬도 무척 좋아했다. 처음 본 뮤지컬이 ‘모던타임즈’였고 ‘사랑은 비를 타고’, ‘캣츠’도 좋아했다. 예술의전당, 국립극장이 놀이터였다. 공연장은 내게 영감을 많이 준 공간이었다. 무대가 너무 좋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삶 같다”고 말했다.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알리는 뮤지컬 ‘레베카’와 함께 10주년 기념 디너 단독콘서트(24일 오후 7시, 25일 오후 6시 롯데호텔서울)도 계획하고 있다. 10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10년을 향해 다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알리는 “나는 가수라기보다 프리랜서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선을 다해 인생의 파도를 재미있고 즐겁게 타는 게 내 몫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패기가 넘쳐서 획을 긋는 사람이 됐으면 했는데 지금은 ‘저 사람 무대는 꼭 봐야 한다’는 얘기를 듣는 그런 예술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알리가 출연하는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2020년 3월1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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